
수사기관이 대기업 총수를 구속시킬 때 단골로 등장했던 형법상 배임죄가 72년 만에 폐지된다.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도입된 배임죄는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법 위반 등 경미한 경제형벌 110개에 대해 징역형을 과태료로 전환하고 벌금을 경감하는 등의 완화 조치도 연내에 이뤄질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30일 국회에서 경제형벌합리화 태스크포스(TF) 당정협의회를 열고 상법과 형법상 배임죄를 전면 폐지하기로 뜻을 모았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정부는 배임죄 폐지를 기본 방향으로 정했다”며 “중요범죄에 대한 처벌 공백이 없도록 대체 입법 등 실질적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배임죄를 폐지해 기업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줄이는 대신 손해액의 3∼5배를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물리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금전적 책임을 강화할 방침이다.
당정의 이번 결정은 배임죄의 요건이 추상적이고 적용 범위가 넓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검찰 등 수사기관과 법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수사와 재판이 이뤄질 수 있다는 재계와 법조계의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최근 5년간 배임죄 판례 분석을 통해 배임죄가 기업이 아닌 민사 영역에서도 광범위하게 적용 중인 실태도 확인했다. TF 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과도한 경제 행동 규제와 기업의 창의적 혁신을 저해하고 투자 결정을 방해해 민생경제 활력을 지나치게 옥죄고 있다는 문제 인식을 당정이 공유했다”고 밝혔다.
당정은 배임죄 폐지와 맞물릴 보완 입법을 거쳐 이르면 올해 안에 법제화를 마친다는 구상이다. 당정 협의 직후 정부는 합동브리핑을 열고 배임죄 폐지 시 대체입법 계획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배임 관련 특별법을 따로 만들어 기존 배임죄의 주체·행위 요건을 구체화하는 방안과 상법 등 관련 개별법에 규정된 조항에 맞춰 배임 행위를 규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이) 배임죄로 기소돼서 재판이 중단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극구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이재명 구하기’를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조동주기자 djc@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