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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근거지 찾으러간 경찰, 피해자 구조

보이스피싱 근거지 찾으러간 경찰, 피해자 구조

Posted September. 23, 2025 08:46,   

Updated September. 23, 2025 08:46


사비로 보이스피싱 범죄 근거지를 확인하러 캄보디아에 간 부산 경찰관이 왕복 비행기에서 만난 피해자 2명을 잇달아 구조한 사연이 알려졌다.

22일 부산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오영훈 수사과장(56·경정·사진)은 지난달 21∼24일 사비를 들여 캄보디아 프놈펜을 찾았다. 수사 중인 투자 리딩 사기 조직 근거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명확한 증거가 없어 출장을 낼 수는 없었지만, 동남아 현지에서 관련 사기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

첫 구조는 프놈펜 국제공항 도착 직후 이뤄졌다. 경찰 영사로부터 “보이스피싱 조직에 합류하려는 20대 남성을 찾아달라”는 긴급 문자와 해당 인물 사진이 도착했다. 이 남성의 부모는 “지적장애 자녀가 ‘취업시켜 준다’는 말에 속아 캄보디아로 향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상태였다. 공교롭게 오 과장 옆자리에 사진 속 남성이 앉아 있었다. 오 과장은 공항을 빠져나갈 때까지 이 남성을 감시했고, 입국장에 들어서는 순간 붙잡아 경찰 영사에게 인계했다.

귀국편에서도 경찰 영사 요청에 따라 사기 조직에 붙잡혔다 탈출한 30대 남성을 도왔다. 이 남성은 “조직에 일주일간 감금돼 폭행당했다”며 털어놨다. 자신의 계좌로 들어온 사기 수익금을 인출하지 못하자 조직원들이 구타했다는 것이다. 오 과장은 이 남성을 안심시키기 위해 함께 비행기를 탔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에도 불안에 떠는 남성을 가족의 품에 안전하게 돌려보냈다.

오 과장은 4년 전 자신에게 사기 전화가 걸려 온 일을 계기로 보이스피싱 예방 활동을 시작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예방법 영상을 제작했고, 지난해엔 합동수사단에 자원해 조직원 수십 명을 검거했다. 그는 “정부가 동남아 국가와 공동 대응에 나서고, 현지에 통역 경찰을 파견해야 청년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