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출신 교황이 나왔다.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 둘째 날인 8일 오후(현지 시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끄는 제267대 교황에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리보스트 추기경(69)이 선출됐다. 미국 출신 교황은 가톨릭 역사상 처음이다. 교황명은 ‘레오 14세’.
교회법에 따라 새 교황이 얻은 득표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콘클라베에 참가한 추기경 133명 중 3분의 2 이상인 최소 89명이 미국 출신 교황을 선택한 것은 세계 각지의 분쟁 속에서 교황이 맡을 역할에 대한 기대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염원을 의식한 듯 교황 레오 14세는 선출 직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에 나와 손을 흔들며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함께하길 바랍니다(La pace sia con tutti voi). 이것은 무기를 내려놓은 평화,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류는 하느님과 하느님의 사랑에 다가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그리스도를 필요로 합니다”라며 “여러분 또한 저희를, 그리고 서로서로 도와서 대화와 만남으로 다리를 건설하고 모두 하나가 되어 언제나 평화를 누리는 백성이 됩시다”라고 말했다.
레오 14세는 이날 교황의 전통 복장인 진홍색 어깨 망토(모제타)를 걸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선출 당시 너무 화려하다며 거절했던 옷이다. AP통신은 레오14세가 가톨릭의 전통 노선으로 어느 정도 회귀할 것임을 암시한다고 논평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노선을 따르면서도 전통을 중시하는 ‘온건한 중도파’로 분류된다.
1955년 9월 14일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레오 14세는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출신으로 1982년 사제품을 받았다. 내성적이고 신중한 성향으로 1985년부터 20여 년간 페루 빈민가에서 사목 활동을 해왔다. 미국 출신이지만 귀화해 페루 국적도 갖고 있다. 가난한 이주민을 위해 헌신한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과 닮았다는 평가다. 2023년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 때 추기경에 서임됐고, 이후 전 세계 주교 인사를 총괄하는 교황청 주교부 장관을 지냈다.
한편 레오 14세는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YD)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역대 교황으로는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어 세 번째다. WYD에는 교황이 직접 참석해 미사를 집전하고 차기 개최지를 발표하는 것이 관례다.
이진구 sys1201@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