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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안보도 ‘힘의 논리’ 우선… 젤렌스키 밥도 못먹고 쫓겨났다

트럼프, 안보도 ‘힘의 논리’ 우선… 젤렌스키 밥도 못먹고 쫓겨났다

Posted March. 03, 2025 09:04,   

Updated March. 03, 2025 09:0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양국 간 광물 협정 등을 위한 회담에 나섰지만 거친 설전 끝에 사실상 ‘노딜’로 돌아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손에 쥔) 카드가 없다” “당신이 하는 짓은 이 나라(미국)에 매우 무례하다” 등 작정한 듯 젤렌스키 대통령을 몰아붙였다.

러시아에 의해 국토를 유린당해 절박한 상황에 내몰린 국가의 정상을 앞에 두고, 전 세계로 생중계하는 카메라 앞에서 ‘힘의 논리’로 찍어 누르며 강하게 압박한 것이다. 최근 우방국을 포함해 전 세계를 상대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통상전쟁’에 들어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안보에서도 철저한 힘의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물론이고 한국 등 아시아 동맹들의 우려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 충돌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관계뿐만 아니라, 향후 국제 질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우리의 군사 장비가 없었다면 이 전쟁은 2주 만에 끝났을 것”이라며 “합의해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빠질 것”이라고 압박했다. 미국의 군사 원조 없인 버티기 힘든 우크라이나 전장 상황을 상기시키며,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당장 군사 원조 중단 가능성까지 노골적으로 거론한 것.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여러분(미국)은 좋은 바다가 있고 지금 (위험을) 느끼진 못하지만, 미래엔 느낄 수 있다”며 러시아의 위협이 향후 미국에까지 미칠 가능성을 언급하자 “우리가 뭘 느낄지 우리한테 지시하지 마라. 당신은 그와 같은 지시를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약소국인 우크라이나의 입지를 강조하며 불쾌함을 표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공개 회담 가운데 노출되자 국제사회에선 ‘충격과 공포’란 반응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에 기반한 전통적 접근보다는 힘의 논리와 거래 중심으로 국가 간 관계를 설정한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트럼피즘’(트럼프식 정책 기조)이 이처럼 여과 없이 공개된 건 전례가 없어서다.

이에 따라 미국의 동맹과 우방들을 중심으로 미국의 ‘안보 우산’ 의존을 줄이는 ‘자강론’이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오늘 자유세계에는 (미국이 아닌)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게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자주의 동맹 전략’에 큰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 게 드러난 것일 수 있다”며 “국제 질서 역시 급속히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