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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 140억 배럴 석유·가스”…대통령이 직접 나설 일인가

“동해에 140억 배럴 석유·가스”…대통령이 직접 나설 일인가

Posted June. 04, 2024 08:40,   

Updated June. 04, 2024 08:40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후 첫 국정 현안 브리핑을 열고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며 “산업통상자원부의 탐사시추 승인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추정 매장량은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이라고 했다. 개발이 현실화된다면 자원빈국인 대한민국이 산유국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경사스러운 일이다.

동해 심해 석유·가스의 최대 추정 매장량은 1998년 발견돼 2004∼2021년 약 4500만 배럴의 가스를 생산한 동해 가스전의 311배에 달한다. 우리나라 사용량을 기준으로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다. 심해 광구로는 금세기 최대 석유 개발 사업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 배럴보다도 많다. 2027, 2028년쯤 공사를 시작해 2035년 상업적 개발이 시작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물론 아직 섣부른 기대를 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실제 매장량과 상업화 가능성은 탐사 시추를 해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시추 성공률은 20% 정도로 예상되는데, 석유·가스 개발사업에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실패 가능성이 더 크다. 석유가 나오더라도 채산성이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질 만한 소식이지만 굳이 국정 브리핑의 형식으로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어야 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국정 브리핑은 총선 참패 이후 소통 쇄신 차원에서 어제 처음으로 이뤄졌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브리핑이라면 여러 부처에 걸친 복잡한 이슈를 두고 종합적 시각에서 설명하며 국민 이해를 구하는 자리여야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브리핑 시작 8분 전에 내용도 알리지 않은 채 일정을 공지했고, 대통령은 깜짝 발표 후 4분 만에 질문을 따로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국정 최고 지도자로서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는 그 무게가 남다르다.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서 차분하게 시추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했지만, 이미 발표과정에서 “심해 광구로는 금세기 최대 개발사업” “매장 가치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라고 정부가 나서 호들갑을 떨어버렸다. 만에 하나 예상이 어긋나 후폭풍을 감당하는 것도 대통령 자신의 몫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