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새벽 인스타그램 라이브에 두 남성이 몸싸움하는 모습이 생중계됐다. 한 남성이 상대방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려 쓰러뜨리고 뒤에서 목을 졸라 실신시키는 과정이 동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1300여 명이 실시간으로 시청한 이 영상에는 “이거 보려고 1시간을 (기다렸다)” “ㅋㅋㅋ” 등 댓글이 달렸다.
이 동영상을 게재한 사람은 18세 A 군. 그는 평소 자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계좌번호를 올려둔 채 이른바 ‘현피’(온라인 다툼의 당사자가 만나서 싸우는 것) 등 싸움 동영상을 주로 게시해 왔다. 11일 올린 동영상이 논란이 되자 A 군은 기존 게시물 100여 개를 비공개로 돌렸다.
9일 부산에서 유튜버 홍모 씨(56)가 다른 유튜버를 흉기로 살해하는 현장이 유튜브로 고스란히 생중계된 가운데, 폭행과 폭음 등 ‘불량 콘텐츠’를 여과 없이 유포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인터넷 방송의 유료 후원 생태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에서 ‘현피’로 검색해 보니 A 군이 올린 것과 비슷한 싸움 동영상이 수천 건 나타났다. 교복을 입은 학생 2명이 교실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한 동영상은 2021년 9월 ‘K고딩(고등학생) 현피’라는 제목으로 게재돼 14만 회 넘게 조회됐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자극적인 콘텐츠가 돈이 되는 생태계를 플랫폼 운영 기업이 사실상 방치하고 있고, 국내 기관도 제대로 심의·감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손준영기자 hand@donga.com
アクセスランキン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