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찰, 반전시위 대학서 2200명 체포… 과잉진압 논란
Posted May. 04, 2024 09:04,
Updated May. 04, 2024 09:04
美경찰, 반전시위 대학서 2200명 체포… 과잉진압 논란.
May. 04, 2024 09:04.
by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5판용〉 미국 대학가 반전(反戰) 시위 확산으로 경찰이 속속 강제진압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시위가 급진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과격파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대한 반대를 넘어 반유대주의와 반미·반서방 시위에 나서면서 미국 내 이념 충돌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공화당은 더욱 강경 대응과 처벌을 요구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분열하면서 사면초가의 위기를 맞고 있다. ● 성조기 대신 팔레스타인 깃발 올린 美 대학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Political power comes from the barrel of a gun).’ 1일(현지 시간) 미 뉴욕 경찰은 소셜미디어에 전날 컬럼비아대학교 강제진압 영상을 공개했다. 시위대가 점거한 컬럼비아대 해밀턴홀의 한 강의실 칠판에는 경찰 진입 시 대응 계획 옆에 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는 중국의 초대 국가주석 마오쩌둥의 어록집에 실린 대표적인 혁명 구호다. 미국 수도 워싱턴의 한복판에 있는 조지워싱턴대 유니버시티야드(University Yard)를 장악한 시위대는 2일 오후 1시 대형 성조기를 내리고 붉은색과 초록색, 검정색의 팔레스타인 국기를 걸었다. 시위대는 “단결된 민중은 절대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10분 후 경찰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내리면서 시위대와 충돌했다. 30분가량의 대치 끝에 경찰이 물러나자 시위대는 다시 성조기를 내리고 팔레스타인 국기를 내걸었다. 조지워싱턴대에선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 동상에 팔레스타인 국기를 두르고 스티커를 붙여 훼손 논란도 일었다. 깃발 쟁탈전은 뉴욕시립대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노스캐롤라이나대, 미시시피대 등 곳곳에서 벌어졌다.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선 시위대가 팔레스타인 깃발을 내걸려 하자 학생들이 성조기를 지키고 막아서기도 했다. 시위가 반유대주의를 넘어 반미 시위 성격으로 급진화되고 있는 것은 경찰의 강경 진압 속에 일부 선동가들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컬럼비아대학과 뉴욕시립대 등에서 체포된 282명 중 “40%가량이 학생이 아닌 외부인이었다”며 “젊은이들을 급진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 혼란 격화에 美 대선서 안정 요구 커질 듯 시위가 격화되면서 공화당에선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2일 소셜미디어에 “이들은 반미주의자”라고 비판했다. 존슨 의장은 인터넷 전문매체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너무 오랫동안 실종(MIA·Missing in Mission) 상태였다”고 비판하며 시위 대응에 소극적인 대학에 연방 자금 지원을 감축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는 추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주일 넘게 침묵을 지키던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예정에 없던 대국민 연설에 나서 “재산을 파괴하는 것은 평화시위가 아니고 법에 위배된다”며 “미국 내 어느 캠퍼스에서도 반유대주의나 유대인 학생에 대한 폭력과 위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유대주의 혐오 발언이나 대학 강제점거 등에 대해선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법치주의는 모두 지켜져야 한다”며 “대통령으로서 항상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면서 강인하게 법치를 옹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CNN은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은 담장 위에 앉아 양쪽에 다리를 걸친 것”이라며 “청년층이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으면 정치적으로 고립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희망은 파멸로 돌아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위 장기화로 혼란이 커질수록 질서와 안정을 희망하는 유권자들이 늘어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시대의 봉기 뒤에는 미국 역사상 가장 보수적인 시기가 뒤따랐다”라며 “1966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베트남전 반전 시위의 혼란을 청소하겠다며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선출됐고, 리처드 닉슨은 1968년 ‘잊혀진 미국인, 비시위자’를 슬로건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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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판용〉 미국 대학가 반전(反戰) 시위 확산으로 경찰이 속속 강제진압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시위가 급진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과격파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대한 반대를 넘어 반유대주의와 반미·반서방 시위에 나서면서 미국 내 이념 충돌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공화당은 더욱 강경 대응과 처벌을 요구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분열하면서 사면초가의 위기를 맞고 있다.
● 성조기 대신 팔레스타인 깃발 올린 美 대학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Political power comes from the barrel of a gun).’
1일(현지 시간) 미 뉴욕 경찰은 소셜미디어에 전날 컬럼비아대학교 강제진압 영상을 공개했다. 시위대가 점거한 컬럼비아대 해밀턴홀의 한 강의실 칠판에는 경찰 진입 시 대응 계획 옆에 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는 중국의 초대 국가주석 마오쩌둥의 어록집에 실린 대표적인 혁명 구호다.
미국 수도 워싱턴의 한복판에 있는 조지워싱턴대 유니버시티야드(University Yard)를 장악한 시위대는 2일 오후 1시 대형 성조기를 내리고 붉은색과 초록색, 검정색의 팔레스타인 국기를 걸었다. 시위대는 “단결된 민중은 절대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10분 후 경찰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내리면서 시위대와 충돌했다. 30분가량의 대치 끝에 경찰이 물러나자 시위대는 다시 성조기를 내리고 팔레스타인 국기를 내걸었다. 조지워싱턴대에선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 동상에 팔레스타인 국기를 두르고 스티커를 붙여 훼손 논란도 일었다.
깃발 쟁탈전은 뉴욕시립대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노스캐롤라이나대, 미시시피대 등 곳곳에서 벌어졌다.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선 시위대가 팔레스타인 깃발을 내걸려 하자 학생들이 성조기를 지키고 막아서기도 했다.
시위가 반유대주의를 넘어 반미 시위 성격으로 급진화되고 있는 것은 경찰의 강경 진압 속에 일부 선동가들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컬럼비아대학과 뉴욕시립대 등에서 체포된 282명 중 “40%가량이 학생이 아닌 외부인이었다”며 “젊은이들을 급진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 혼란 격화에 美 대선서 안정 요구 커질 듯
시위가 격화되면서 공화당에선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2일 소셜미디어에 “이들은 반미주의자”라고 비판했다. 존슨 의장은 인터넷 전문매체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너무 오랫동안 실종(MIA·Missing in Mission) 상태였다”고 비판하며 시위 대응에 소극적인 대학에 연방 자금 지원을 감축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는 추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주일 넘게 침묵을 지키던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예정에 없던 대국민 연설에 나서 “재산을 파괴하는 것은 평화시위가 아니고 법에 위배된다”며 “미국 내 어느 캠퍼스에서도 반유대주의나 유대인 학생에 대한 폭력과 위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유대주의 혐오 발언이나 대학 강제점거 등에 대해선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법치주의는 모두 지켜져야 한다”며 “대통령으로서 항상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면서 강인하게 법치를 옹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CNN은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은 담장 위에 앉아 양쪽에 다리를 걸친 것”이라며 “청년층이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으면 정치적으로 고립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희망은 파멸로 돌아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위 장기화로 혼란이 커질수록 질서와 안정을 희망하는 유권자들이 늘어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시대의 봉기 뒤에는 미국 역사상 가장 보수적인 시기가 뒤따랐다”라며 “1966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베트남전 반전 시위의 혼란을 청소하겠다며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선출됐고, 리처드 닉슨은 1968년 ‘잊혀진 미국인, 비시위자’를 슬로건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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