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촌상 상금 1억 원 중 5000만 원을 문화유산국민신탁에 기부합니다. 국격을 높이는 문화유산을 지키는 데 많은 이들이 참여하도록 현재 1만6000여 명인 회원을 10만 명까지 늘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서울 중구 덕수궁에서 23일 열린 문화유산국민신탁의 ‘2023 회원의 날’ 행사에서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84)이 말했다. 김 이사장은 2009년부터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을 지내며 사라져 가는 우리 문화유산을 찾아 지킨 공로로 올해 37회 인촌상 언론·문화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날 덕수궁에서 열린 문화유산국민신탁 회원의 날 행사는 창립 16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2007년 창립 당시 300여 명이었던 회원 수는 현재 약 1만6000명에 이른다. 김 이사장은 “국민의 도움과 관심 덕분에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행사에는 회원 700여 명이 참석했다.
김 이사장은 인촌상 상금 일부를 문화유산국민신탁에 기부한 데 대해 “내 이름으로 받은 상이지만,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는 데 십시일반을 보태준 문화유산국민신탁 회원들이 이 상의 진정한 주인공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월 1만 원 후원금을 보탠 회원들의 기금으로 문화유산을 지키는 특수법인이다. 국민의 후원금으로 2012년 미국 워싱턴에 있는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건물을 매입해 지켰고, 시인 이상(1910∼1937)이 살았던 종로구 통인동 옛집을 사들여 ‘이상의 집’으로 재개관했다.
김 이사장은 나머지 상금도 전국의 박물관과 문화유산 보존 사업 등에 모두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1990년 국내 최초 출판·인쇄박물관인 삼성(三省)출판박물관을 설립해 초조대장경 등 국보를 비롯한 문화재 10만여 점을 지켜오고 있다. 김 이사장은 “전국엔 국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문화유산을 지켜온 사립박물관들이 있다”며 “그들을 대표해 인촌상을 받았기에 이 상금은 전국의 박물관과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에 보태는 것이 옳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앞서 19일 인촌상 상금 일부인 500만 원을 동아꿈나무재단에 기부했다.
“인촌 김성수 선생(1891∼1955)이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켜내 커다란 숲을 이뤘습니다. 인촌상의 상금을 기부하는 것 역시 하나의 씨앗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씨앗이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에 널리 퍼지기를 바랍니다.”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