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한국의 문화재를 한국에 돌려주고 싶습니다.”
한국 문화재를 소장해 온 미국인 게리 민티어(77), 메리 앤 민티어(77) 부부가 근현대 한국의 서화·전적 150점과 1970년대 한국 풍경 사진 1366점 등 총 1516점을 지난해 1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기증하며 한 말이다.
31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부부는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1969년부터 6년간 서울과 부산에 머물며 한국 문화재를 수집하고 당대 풍경 사진을 남겼다. 재단은 2019년 이들이 소장한 한국 문화재를 조사하며 처음 인연을 맺었다. 부부는 지난해 재단에 “우리가 세상을 떠난 뒤 컬렉션이 여기저기로 흩어지는 것보다는 우리보다 유물들을 더 사랑해줄 한국에 기증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1970년대 부산 풍경 사진 1366점은 올해 2월 부산박물관에, 서화·전적 유물 150점은 올해 5월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됐다.
대표적인 기증 작품은 조선 후기 화가 송수면(1847∼1916)의 ‘매화도’와 ‘묵죽도’다. 송수면은 소치 허련(1808∼1893)의 뒤를 이어 호남 문인화의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선 중기 학자 이유창(1625∼1701)이 유교 경전 ‘춘추(春秋)’에서 일부를 모아 편집한 ‘춘추집주 권2’의 목판도 희소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부산박물관은 4일부터 9월 3일까지 열리는 ‘1970년 부산, 평범한 일상 특별한 시선’ 전시에서 민티어 부부가 기증한 사진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