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2일 다시 잠행하며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한 고심을 이어갔다. 대통령실이 사흘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표를 받아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8전당대회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나 전 의원의 출마 여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나는 14일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이날 공개 일정을 갖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측근들과 출마 여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나 전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세종시당 신년인사회에 보낸 영상 축사에서 “우리 다시 힘을 뭉쳐서 윤석열 정부가 성공할 수 있게 하고 총선에서 승리하자”는 메시지를 냈다. 전날(11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절대 화합” 등 ‘윤석열 정부 성공’을 수차례 강조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여권 관계자는 “친윤(친윤석열) 진영의 불출마 압박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절대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뜻)’을 거스르는 ‘반윤(반윤석열)’은 아니라는 의미”라고 했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6박 8일간의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을 떠나는 14일이 나 전 의원에게 ‘결단의 시점’이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출사표를 내면 자칫 항명으로 비칠 수 있고, 설 연휴 뒤 메시지를 내도 실기(失期)가 될 수 있다는 것. 나 전 의원 측 인사도 “대통령이 없을 때 무언가를 결정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이 고심하는 사이 다른 당권 주자들은 지방을 누볐다. 김기현 의원은 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을 찾았다. 대구 방문 일정 중에는 ‘나경원 미팅(전화요)’이라는 김 의원의 휴대전화 메모(사진)가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나 전 의원과) 약속이 아니고 해야 할 숙제를 적은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세종시당, 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 연이어 참석해 중원 공략에 나섰다.
김준일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