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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영아’ 목숨 빼앗은 러 미사일…“이 아기가 무슨 위협을…”

‘3개월 영아’ 목숨 빼앗은 러 미사일…“이 아기가 무슨 위협을…”

Posted April. 25, 2022 08:39,   

Updated April. 25, 202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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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동남부 총공세에 나선 러시아군이 23일(현지 시간)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를 순항미사일로 공격해 생후 3개월 아기와 엄마 등 적어도 8명이 숨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 아기가 러시아에 무슨 위협을 가했단 말인가. 개자식들(bastards)”이라고 분노했다.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최후 항전 중인 우크라이나군은 이곳에 피신한 여성과 아이들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 아이들은 “다시 햇빛을 보고 싶다”고 호소했다. 수도 키이우 외곽 부차에서는 집단학살을 자행한 러시아군이 이른바 사형집행장과 어린이수용소도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 “50여 일째 하늘과 햇빛 못 봐”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군 전략폭격기 TU-95가 흑해 상공에서 발사한 순항미사일 최소 6발 중 2발이 오데사 민간인 주거시설과 군사시설을 타격했다. 이날은 러시아정교회 축일인 부활절 전날이었다. 러시아 모스크바 성당에서 부활절 전야 미사가 진행될 동안 러시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민간인 거주지를 공격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오데사 당국에 따르면 이번 공습으로 민간인 여성 발레리야 글로단과 생후 3개월 된 아기가 숨졌다. 발레리야의 남편 유리 글로단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족사진을 올리며 “사랑하는 두 사람, 천국에서, 늘 내 마음에 있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키이우의 한 지하철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격앙된 목소리로 “아기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됐을 때 전쟁이 시작됐고, 석 달이 됐을 때 숨졌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개자식들”이라고 분노했다.

 우크라이나군과 민간인 3000여 명이 러시아군에 포위된 채 배수진을 친 아조우스탈 제철소 내부 영상도 이날 공개됐다. 영상에는 지하 대피소에 있는 여성과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두 달간 햇빛을 보지 못한 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한 소년은 “햇빛을 보고 싶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 어두운 곳에 오래 있어서 눈이 침침해졌다”고 말했다.

 한 소녀는 “2월 27일 엄마, 할머니와 집을 떠났고 그날 이후 하늘과 태양을 못 봤다”고 했다. 한 여성은 “어린이가 적어도 15명이 있다. 물과 음식이 떨어져 간다.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해 달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식량을 나눠주는 동안 물과 음식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러시아군은 아조우스탈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 러軍, 부차에서 사형집행장 운영

 민간인 수백 명이 살해된 ‘부차 학살’이 벌어진 부차에서는 러시아군이 사형집행장과 어린이수용소를 조직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마을 4층 건물을 거점으로 삼고 민간인을 이곳에 감금한 뒤 고문하거나 살해했다. 한 생존자는 “건물 지하에 130명 넘게 갇혔는데 러시아 병사들이 먹다 남긴 음식으로 버텼다”며 “복도 바닥은 피가 흥건했고 러시아군의 술판 뒤에 버려진 와인병, 맥주병이 곳곳에 뒹굴었다”고 증언했다. 이 생존자는 인근 다른 2층 건물은 사형집행장으로 쓰였다며 “그곳으로 끌려간 사람들은 총살당했다”고 말했다. 바닥에 나뒹구는 탄피들이 보이는 현장 사진도 공개됐다.

 근처의 또 다른 건물은 어린이들을 감금하는 수용소로 사용됐다. 러시아군이 철수하고 나서 주민들은 이 건물 입구에서 양손이 뒤로 묶인 채 뒤통수에 총상을 입은 시신 5구를 발견했다. 희생자들의 나이는 알려지지 않았다. WSJ는 “부차에 주둔하던 일부 군대는 러시아로 돌아간 뒤 푸틴 대통령에게 훈장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은택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