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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극물 중독 의심 증세’ 뒤 터키 협상장에 나타난 첼시 구단주

‘독극물 중독 의심 증세’ 뒤 터키 협상장에 나타난 첼시 구단주

Posted April. 01, 2022 08:45,   

Updated April. 01, 202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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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터키 이스탄불, 우크라이나-러시아 평화협상이 벌어지는 장소에서 세계 언론이 가장 주목한 인물은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56)였다. 전날 그가 최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비공식 평화협상에 참여한 뒤 독극물 중독 의심 증세를 겪었다는 보도가 나와 관심은 더욱 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독 의혹을 떠나서 사업과 정치 영역에서 사실상 은퇴한 아브라모비치가 협상장 한가운데 나타낸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했다.

 잉글랜드 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의 전 구단주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인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물밑에서 평화협상을 돕고 있다고 알려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협상 조율 과정에서 아브라모비치의 참여를 승인했다”고만 밝혔을 뿐 그의 구체적인 역할은 알려지지 않았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협상단이 결정권 없는 실무 관료 중심인 러시아 협상단보다는 푸틴과 직접 대화가 가능한 아브라모비치를 더 중요한 대화상대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탐사보도 매체 더뉴타임스매거진 예브게니야 알바츠 편집장은 “공식 채널을 믿지 않는 푸틴은 늘 백(back)채널을 가동한다”며 “아브라모비치도 서방 제재 때문에 전쟁을 두려워한다는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협상단 인사는 현지 언론에 “우리 입장을 그들 대장(boss·푸틴 대통령)에게 인간적인 언어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아브라모비치의 역할을 설명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는 협상안 개요가 담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친필 서신을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야권에서는 ‘평화중재자’로 변모한 아브라모비치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다. 현재 수감 중인 언론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측근 마리야 펩치흐 반부패재단 대표는 “아브라모비치가 누군가? 푸틴 정권 최대 스폰서다. 크렘린과 100% 짜고 치고 있다. 푸틴 꼭두각시로 22년을 산 사람이 하루아침에 제멋대로 굴 수는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영국 정부 제재 대상이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교장관은 협상장에서 웃고 있는 그의 사진이 공개되자 “아브라모비치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