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정부 “코로나 중환자 입원기준 바꿔 병상 확충”

정부 “코로나 중환자 입원기준 바꿔 병상 확충”

Posted March. 04, 2022 08:11,   

Updated March. 04, 2022 08:11

日本語

(5판용) 지난달 말 서울 동대문구 A병원 응급실에 한 70대 남성이 119 구급차에 실려 왔다. 서울 종로구의 한 공원에서 심정지로 쓰러진 남성은 119에 구조됐지만 쉽게 응급실에 갈 수 없었다. 인근 병원 응급실 3곳 모두 심정지 환자를 수용할 병상이 부족했다. 이 남성은 119가 4번째로 연락한 병원인 A병원에서 겨우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A병원 관계자는 “1분 1초가 아까운 환자들인데도 대형병원 응급실에서조차 이들을 수용할 여력이 전혀 없다”며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 이후 거의 매일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하루 사망 128명 최다, 응급의료체계는 ‘빨간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규모가 커지면서 응급의료체계에 과부화가 심해지고 있다. 특히 초응급 환자인 심정지 환자들이 생존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3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하루 사망자 수는 128명. 유행 시작 이후 가장 많았다. 이날 위중증 환자도 766명으로 나흘 연속 700명을 넘었다. 지난해 말 델타 변이 유행 당시에도 응급환자들을 받아주는 응급실이 부족해 이들이 구급차를 타고 대기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 같은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심정지 환자들이 제때 응급실을 찾지 못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119가 환자를 응급실까지 이송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지연되기 때문이다. 응급실에 온 심정지 환자는 의료진이 기저질환 등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일단 코로나19 의심환자로 간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유행이 커질수록 응급실 내 음압격리병상은 코로나19 의심 환자와 확진자들로 가득 차게 되기 때문에 심정지 환자들이 갈 병상이 없어지는 것이다. 서울의 한 소방서 구급대원은 “1시간 넘게 응급실 병상을 찾지 못하면 얼마나 속이 타는지 모른다”며 “구급대원들도 점점 지쳐 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확진자 늘수록 심정지 환자 회복률은 낮아져

 실제로 지난해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아질수록 심정지 환자의 회복률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청은 119가 이송한 전체 심정지 환자 중 119 응급처치를 통해 응급실 도착 시 맥박을 회복한 환자의 비율을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확진자가 가장 많았던 12월에 119 응급처치로 살아난 심정지 환자는 134명이다. 지난해 월평균(163명)과 비교하면 약 30명 차이가 난다.

 게다가 최근엔 재택치료를 받는 이들 중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이들도 응급실로 몰리면서 응급실 과부화가 심해지고 있다. 3일 0시 기준 재택치료자는 85만7132명으로 한 달 전인 지난달 3일(9만7136)의 9배 가까이로 늘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최근 응급의료체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을 내놓았다. 먼저 코로나19 의심 환자의 경우 응급실 내 음압격리병상이 아닌 별도 격리구역에 머물도록 의료기관에 권고했다. 하지만 응급실 내 공간이 부족해 별도 격리구역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병원이 적지 않다. 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는 “재택치료자들이 일반 병원 응급실로 너무 많이 몰리고 있어 생기는 과부하를 해결하기 위해선 확진자 전용 응급의료기관을 더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영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