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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성소수자들이 겪는 차별과 아픔… 추리소설에 담다

여성과 성소수자들이 겪는 차별과 아픔… 추리소설에 담다

Posted February. 26, 2022 08:20,   

Updated February. 26, 202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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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대학에서 강의하는 연구자 설영에게 메일이 도착한다. 한때 함께 산 절친 ‘셜록’이 보낸 메일이다. 서울 강남 성형외과에 고용된 의사 연정에게도 셜록이 보낸 쪽지가 온다. 연정은 과거 셜록을 수술한 인연이 있다. 실종된 지 수년이 지나 생사를 알 수 없는 그가 메시지를 보낸 것. 그가 보낸 메일과 쪽지의 내용은 같다. ‘죽은 마녀’ 등 이해할 수 없는 문구가 암호문처럼 담겼다. 설영은 연정을 만나 셜록 찾기에 나선다.

 얼핏 보면 이 책은 ‘사라진 셜록을 찾아라’라는 부제가 어울리는 추리소설 같다. 그러나 셜록을 찾는 서사는 부가 장치일 뿐이다. 저자는 셜록과 설영, 연정의 3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동시에 여성과 성소수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제기한다.

 설영과 함께 사는 일본인 성소수자 남성 신바를 내세워 이들이 겪는 차별과 아픔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기 일쑤다. 청소년 성소수자인 연정의 딸에겐 그의 성정체성을 조롱하는 또래 남성들의 잔인한 폭력이 가해진다.

 과거 셜록은 박사과정을 밟던 중 논문을 쓰기 위해 설영과 함께 빨치산 여성 생존자들을 만난다. 생존자들이 당시 겪은 성폭력 이야기와 피해자이면서도 남녀 모두로부터 비난받은 세월, 가해자 남성들의 이율배반적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마릴린 먼로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언급된다. ‘남성들이 가장 추앙했고, 가장 멸시했던’ 먼로는 권력자인 남성들이 만든 잘못된 프레임 탓에 남녀 모두에게 비난을 받은 인물로 묘사된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여성과 성소수자들에게 가해진 성폭력과 차별을 다루며 가해자로 남성을 지목한다. 소설 속 남성 대부분이 가해자 프레임에 묶여 있다. 여성과 성소수자는 선, 남성은 악으로 보는 듯한 단편적 구도는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추리소설 형식을 빌려 약자의 이야기를 하는 발상은 참신하다. 주류 역사가 삭제한 이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삶을 소설 서사에서 만나게 하겠다는 저자의 시도는 박수를 보낼 만하다.


손효주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