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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출신 BBC 앵커, 탈레반 인터뷰

Posted August. 18, 2021 08:20,   

Updated August. 18, 202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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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송하지만 여기서 끊겠습니다. 지금 탈레반 대변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수하일 샤힌 대변인, 제 말 들리시나요.”

 15일 오후 생방송을 진행하던 아프간 출신 영국 BBC 앵커 얄다 하킴 씨(38)에게 탈레반 대변인이 전화를 걸어와 즉석 인터뷰가 성사됐다. 이날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상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 전문가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하던 하킴 씨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상대방과 전화를 끊었다. 이후 자신의 휴대전화를 마이크 옆에 둔 채 스피커폰을 이용해 탈레반 대변인과의 즉석 인터뷰를 30분간 진행했다.

 하킴 씨가 “당신들의 계획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샤힌 대변인은 “탈레반 지도부가 군대를 카불 입구에 대기시켰으며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누구에게도 복수는 없다. 우리(텔레반)는 국민과 이 나라의 하인”이라며 “카불 시민들의 생명, 재산, 안전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하킴 씨는 탈레반 정권 이양 후 우려되는 여성 인권 문제를 비롯해 1인 1투표권 부여 여부, 평화로운 정권 이양의 의미, 공개처형 실시 여부 등을 조목조목 질문했다. 샤힌 대변인은 “여성들의 권리, 학교에 다니는 것을 보장한다”면서도 “우리는 이슬람 정부가 될 것이며 (공개처형 등은) 미래의 정부가 만든 법률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샤힌 대변인은 폭력 행위에 연루된 탈레반 전사는 법원에서 처벌을 받을 것이라며 “모든 대사관이 일을 계속하길 바란다. 외교관 등 누구에게도 위험이 없을 것이다. 모두가 과거에 하던 대로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석 인터뷰에서 탈레반에 대한 우려를 거침없이 질문한 하킴 씨에게 소셜미디어와 동료 기자들 사이에서는 격려가 쏟아졌다. 하킴 씨는 트위터를 통해 “아프간 여성들의 교육 권리 등 현지 상황을 알리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하킴 씨는 카불에서 1983년 태어났다.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여파로 그가 생후 6개월 때 가족은 파키스탄으로 이주했고 하킴 씨가 세 살이 되던 1986년 호주에 정착했다. 시드니 맥쿼리대에서 언론학을 전공한 그는 호주 TV뉴스 기자로 활동하다가 2013년 BBC로 옮겨 월드 뉴스 등을 진행해 왔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