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마스크’, ‘로테이션 입장’, ‘영화 같은 시상식’.
25일(현지 시간) 열리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구체적인 진행 방식이 공개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지난해부터 주요 영화제 시상식이 온라인으로 대체되거나 참석 인원을 대폭 줄이고 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프라인으로 개최돼 참석 인원이나 시상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해 2∼4월에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이나 미국 배우조합상, 감독조합상, 제작자조합상, 영국 아카데미상의 경우 시상자만 참석했다. 수상자는 화상 연결을 통해 소감을 밝혀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아도 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요 영화제 가운데 후보자와 시상자 전원이 현장에 참석하는 건 아카데미상이 처음이다. 그런데 참석자 전원에 대해 ‘노 마스크’ 방식을 채택한 것.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TV 및 영화 제작으로 분류돼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보도했다. 다만 중간광고 등 출연진 모습이 카메라에 비치지 않을 때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노 마스크가 아카데미 시상식 연출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상식 공동 프로듀서를 맡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세계가 혼란에 빠지는 내용의 영화 ‘컨테이전’(2011년)을 연출했다. 이 영화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관객들 사이에서 미래를 예측했다는 반응을 낳으며 큰 주목을 받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 바이러스 기원을 둘러싼 음모론을 10년 전 자신의 영화에 담아낸 만큼 코로나19 시국을 반영한 연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소더버그 감독은 시상식 참석자들과 진행한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마스크가 이번 시상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우 비밀스럽게 들리겠지만 그 주제가 시상식 내러티브에서 핵심”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바꾼 건 시상식 운영 방식만이 아니다. 호명된 배우가 무대에 올라 소감을 전하는 형식에도 일정 부분 변화가 예상된다. 소더버그 감독은 “배우와 이들을 제외한 우리 모두 사이에 장벽이 존재한다는 신화를 깨부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01년 영화 ‘트래픽’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을 당시 이를 예상하지 못하고 술에 취해 있던 일화를 털어놓으며 “올해 후보자들과 수상자들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게끔 연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마스크인 대신 시상식장에 모이는 인원에 대해선 제한을 둔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과 돌비극장에 모일 수 있는 인원은 최대 170명이다. 참석자들 모두 출입 및 퇴장 시간이 정해져 있고, 조를 짜서 입장하는 식이다. 방역도 철저하게 한다. 참석자들은 입장 전까지 최소 3번의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취재진도 최소로 꾸려진다. 레드카펫에는 3명의 촬영기자만 들어가고, 취재진과 참석자는 약 2m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김재희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