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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만 타면 ‘친환경 엘리트’인가요”

“테슬라만 타면 ‘친환경 엘리트’인가요”

Posted August. 22, 2020 07:50,   

Updated August. 22, 202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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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전기차 테슬라 주가가 20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2000달러를 넘었다. 두 달여 만에 주가가 갑절로 뛴 셈이다. 서울 거리에서 테슬라 차량이 자주 보이고 한국에서 이 회사 주식에 투자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테슬라는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친환경차 보조금의 절반 가까이를 싹쓸이했다.

 5년 전 미 실리콘밸리에서 연수를 하면서 방문한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 주차장에는 1억 원이 넘는 전기차 모델인 테슬라S가 흔했다. 당시 월가 금융인은 벤츠, BMW를 타지만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사업가들은 테슬라로 갈아타는 게 유행이었다. 기후변화 방지에 기여하는 ‘친환경 엘리트’라는 걸 과시하려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전기차는 친환경이지만 동력원인 전기 생산은 그렇지 않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석탄화력 발전 의존도가 높고 제조 공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많은 중국, 인도에서는 전기차가 오히려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석탄화력 의존도가 높다. 한국은 세계 8위의 석탄화력 발전 대국이다. 그들이 전기차를 탄다고 으스댈 일은 아니다. 

 친환경 엘리트들의 주장처럼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보조금을 줘 전기차를 보급하기 전에 더 깨끗하고 저렴한 전기부터 생산하는 게 맞는다. 미국의 분석기관인 서드웨이는 석탄을 대체하는 원자력발전소 1기가 테슬라 차량 54만1353대를 보급한 만큼의 탄소 배출 절감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연료비 단가는 원전이 6원, 유연탄이 56원, 천연가스 93원이다. 서민은 전기요금이 무서워 찜통더위에도 에어컨을 못 켜는데도 원전만은 안 된다는 친환경 엘리트들도 많다.

  ‘환경적 올바름’에 매달려 딛고 서 있는 발판마저 걷어차는 일도 있다. 지난달 국회에서는 해외 석탄발전소 투자에 공공기관의 지원을 막는 ‘해외석탄발전투자금지법 4법’(한국전력공사법, 한국수출입은행법, 한국산업은행법, 무역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에너지 사정에 따라 석탄화력 발전이 불가피한 나라가 있는 데다 한국 기업이 일본 등과 경쟁하며 플랜트 사업을 따내야 하는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비판도 산업계에서 나온다.

 기후변화 위협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것도 무책임하다. 이명박 정부는 기후변화에 따른 대홍수와 가뭄을 막기 위해 4대강을 건설한다고 했고, 현 정부는 기후변화 대책으로 산비탈을 깎아 태양광발전소를 세웠다. 막상 홍수 피해가 나고 산사태가 발생하니 정치인들은 어김없이 ‘네 탓 공방’만 벌인다. 피해를 입은 서민들은 기후변화 대책에 쓴 내 세금은 다 어디로 갔느냐고 그들을 붙들고 따지고 싶을 것이다.

 5년 전 실리콘밸리에서는 다른 각도의 ‘테슬라 논쟁’이 벌어졌다. 값비싼 전기차를 타는 친환경 엘리트들은 정부나 회사가 제공하는 무료 전기 충전소를 이용하고 보조금까지 받는데 서민들은 낡고 오래된 싸구려 차를 몰며 비싼 기름값을 도로에 뿌리고 다니는 게 현실이었다. 소수의 환경 엘리트들이 독점한 환경 정책에서 다수의 서민들이 ‘기후 악당’으로 전락하고 불이익을 받는 ‘정책의 역진성(逆進性)’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기후변화는 현재 진행 중인 위협이다. 인류가 대책을 마련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부담과 불편을 서민과 시장에 전가하고 생색만 내려 해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기후변화 대응을 막는 진짜 ‘기후 악당’이다. 이 땅에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 정책이라야 기후변화와의 긴 싸움에서 승산이 있다.


박용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