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취재차 타고 삼풍 현장 간 25년전 기억 생생”

“취재차 타고 삼풍 현장 간 25년전 기억 생생”

Posted July. 17, 2020 10:00,   

Updated July. 17, 2020 10:00

日本語

 “단일 사고로 가장 많은 인명 피해(사망자 502명)를 낸 삼풍백화점 참사가 어느새 잊혀지는 것 같습니다.”

 16일 오전 11시 반, 서울 서초구 양재시민의숲 삼풍참사위령비 앞에 선 경광숙 전 소방관(63·현 CJ그룹 안전감독관)은 바닥이 훼손돼 흙바닥이 드러난 모습을 보며 씁쓸하게 말했다. 경 전 소방관은 꽃바구니를 바치고 묵념한 후 떨리는 목소리로 “눈을 감으면 지금도 25년 전 그날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함께 헌화한 본보 박제균 논설주간은 기념비 뒤에 새겨진 사망자 명단을 보며 “시간이 지나도 유족들에게는 사고가 현재진행형일 것”이라며 애도했다. 헌화에 사용된 꽃다발과 꽃바구니는 삼풍백화점 붕괴 30분 전 건물을 떠나 사고를 피한 플로리스트 양재희 씨(52)가 추모의 의미를 담아 특별히 제작했다.

 동아일보는 100주년을 맞아 소중한 인연을 기리는 ‘동감_백년인연’의 일환으로 경 전 소방관과 함께 위령비를 찾았다. 경 전 소방관은 도봉소방서 구조대장이던 1995년 6월 29일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백화점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무작정 도로로 뛰어나갔다. 마침 지나가던 본보 취재 차량을 세워 타고 7분 만에 현장에 출동했다. 그는 “경황이 없어 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빨리 가 주셔서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수십 명을 구한 경 전 소방관은 참사 11일 만에 최명석 씨를 구하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는 “구조대를 돕기 위해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몰려왔던 게 기억난다. 당시 사고는 국내에 긴급구조 체계를 확립하는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경 전 소방관은 이후 기고, 인터뷰 등을 통해 본보와 인연을 맺으며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삼풍 사고 트라우마로 한동안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구조대원 중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당시 현장을 취재한 본보 박중현 논설위원은 “건물 중간이 무너지고 양 끝이 위태롭게 기운 상황에서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 용감하게 현장에 들어가던 소방대원의 모습이 기억난다”고 했다.

 참배를 마친 일행은 오찬을 위해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한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식당은 삼풍백화점 식당가에서 일하다 건물 붕괴 30분 전 대피해 구사일생으로 생명을 구한 주종평 씨(51)가 운영하는 곳이다. 매달 장애인시설 등에 기부하며 지역사회의 기부왕으로 변신한 주 씨는 “수십 명의 목숨을 대신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베푸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다. 최선을 다해 베풀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박 논설주간은 경 전 소방관에게 본보 기고와 인터뷰 지면 등으로 만든 소책자와 창간 100주년을 맞아 동아일보가 제작한 기념 오브제인 ‘동아백년 파랑새’를 증정했다. 경 전 소방관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앞으로 ‘국민안전운동본부’(가칭)를 만들어 경험과 지식을 더 적극적으로 나누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장원재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