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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北, 실수한 일엔 전통문 답신 안해”...우발적 총격 판단 고수

靑 “北, 실수한 일엔 전통문 답신 안해”...우발적 총격 판단 고수

Posted May. 05, 2020 07:45,   

Updated May. 05, 2020 07:45


 북한군의 한국군 최전방 감시초소(GP) 총격 사건에 대한 유엔군사령부가 어떤 내용을 조사하고, 무슨 결론을 내릴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는 4일 이른 오전부터 특별조사팀 10여 명을 전날 총격 사건이 발생한 강원 철원지역의 비무장지대(DMZ) 내 한국군 GP로 파견해 오후 늦게까지 정밀 조사를 진행했다.

 유엔사의 ‘조사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북한의 의도성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유엔사의 핵심 임무가 정전협정 유지라는 점에서 북한군의 정전협정 위반 유무와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유엔사 조사팀은 한국군 GP에서 벌어진 총격 상황을 분초 단위로 파악한 걸로 알려졌다. 북한군의 총격 전후 한국군 감시장비에 포착된 북한군 GP의 병력·장비 움직임을 세세히 추적하는 한편 한국군 GP 외벽의 피탄 흔적을 정밀 분석하는 작업 등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총기의 발사 지점과 사격거리 등에 대한 개략적인 압축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총격 직후 북한군 내에서 의도적 또는 우발적 상황을 뒷받침하는 징후(병력 움직임·교신 내용 등) 유무와 피탄 범위와 모양 등에도 조사력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군의 교전규칙 준수 여부도 조사 대상이다. 북한의 총격 직후 아군 GP는 10분 간격으로 K-6 기관총으로 두 차례 경고사격(각 10여 발)을 하고, 그로부터 10분 뒤 경고방송을 한 걸로 알려졌다. 교전규칙 등 정해진 매뉴얼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했다는 우리 군의 주장에 대한 유엔사의 객관적 검증 절차를 밟는 것이다.

 청와대는 유엔사 조사가 통상적 절차라는 점을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전 경험에 비춰 볼 때 북한이 실수로 한 일에 대해선 (우리가 보낸 전통문에) 답신을 하지 않는다. 답신이 오는 경우가 굉장히 이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처럼 우리 군이 보낸 전통문에 답신을 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군도 당시 기상 여건과 남북 GP 간 전술적 여건 등을 근거로 고의성이 없는 우발적 사건이라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유엔사 조사가 갓 시작된 상황에서 섣부른 속단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향후 유엔사 조사에서 의도적 도발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나 증거가 나올 경우 북한 눈치를 보고 저자세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에 향후 우발을 가장한 의도적이고 교묘한 도발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총격 사건 이후 북한이 침묵을 지키는 모양새도 석연치 않다. 이를 두고 우리 군이 우발적 사건에 무게를 두면서 상황 관리를 강조한 것에 맞춰 추가 대응을 자제하면서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남측에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이게 되면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을 자인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한 ‘의도적 침묵’의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남측에서 9·19 합의 위반 비판 등이 확산될 경우 북한이 ‘역공’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군 관계자는 “남측이 DMZ에서 먼저 위협적 행위를 한 것에 상응한 무력조치를 했다고 불쑥 주장하거나 유엔사 조사 자체를 시비 걸면서 맹비난과 함께 도발 위협을 취하는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