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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동료 격려한 시상식

Posted July. 24, 2019 10:16,   

Updated July. 24, 2019 10:16


  ‘이케에 리카코, 절대 포기하지 마.’

 22일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린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는 감동적인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여자 접영 100m 시상식을 마친 마거릿 맥닐(캐나다·금메달), 사라 셰스트룀(스웨덴·은메달), 에마 매키언(호주·동메달)이 동시에 손바닥을 활짝 펴 보인 것. 6개의 손바닥에는 ‘RIKAKO ♡ NEVER GIVE UP IKEE ♡’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관중석에 있던 일본 선수들이 활짝 웃으며 기립박수를 보냈고, 관중도 중계 화면에 클로즈업된 글자를 본 뒤 큰 함성과 함께 손뼉을 쳤다.

 이케에(19)는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수영 6관왕에 올라 여자 선수 최초로 아시아경기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일본의 ‘수영 천재’다. 그러나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준비하던 올해 2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을 시작해 광주에 오지 못했다.

 감동의 세리머니는 맥닐의 돌풍에 막혀 이 종목 4연패 달성에 실패한 셰스트룀의 머리에서 나왔다. 매키언은 “셰스트룀이 세리머니를 제안해 흔쾌히 응했다. 이케에가 병마를 꼭 이겨내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달 초 19번째 생일을 맞은 이케에로서는 큰 힘을 얻을 만한 선물이었다.

 감동적인 장면에 앞서 감정적인 모습도 있었다. 21일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호주의 맥 호턴은 시상대에 오르지도 않고 기념사진 촬영도 거부한 채 먼 곳만 바라봤다. 금메달을 딴 선수가 중국의 쑨양이었기 때문. 2014년 쑨양이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3개월 자격정지’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이후 호턴은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쑨양에게 강한 반감을 거침없이 드러냈고, 둘은 앙숙이 됐다. 시상식 이후 쑨양은 “나를 무시하는 건 좋지만 중국을 존중할 필요는 있다”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쑨양 시상식의 파문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23일 호턴에게 경고 서한을 보냈다. 개인의 말할 자유는 인정하지만 시상대에서의 행동은 옳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많은 선수들은 쑨양이 아닌 호턴 편에 서는 분위기다. AP통신에 따르면 시상식 후 선수촌 식당에 모습을 드러낸 호턴을 향해 각국 선수들은 박수를 보냈다. 미국의 여자 평영 간판 릴리 킹은 “FINA가 나서지 않으면 선수들 스스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호턴의 대표팀 동료 미치 라킨도 “호턴은 혼자가 아니다”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김배중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