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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일가 왕실 체험

Posted June. 06, 2019 09:15,   

Updated June. 06, 2019 09:15


 성인 자녀와 그들의 배우자까지 영국 국빈 방문에 대동해 눈총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 일가(一家)를 케네디 및 부시가(家)에 맞먹는 ‘대안 왕족(alternative royal family)’으로 만들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기성정치를 배격하는 ‘아웃사이더’ 전략으로 백악관 주인 자리를 꿰찬 본인의 기존 행보와 모순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 “그간 미국의 비공식 왕조는 케네디가였지만 이번 주 트럼프 일가는 자신들을 이것의 2019년 버전으로 내세웠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녀들은 이날 아버지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두 번째 줄에 앉았다. 일부 백악관 수석 고문보다 앞자리였다. ABC방송은 당초 백악관 측이 대통령의 자녀들을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태우는 방안까지 고려했으나 비난 여론을 의식해 이를 실행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왕가 만들기’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은 장녀 이방카 백악관 선임보좌관이다. CNN은 “그가 전 세계에 자신을 외교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만일 이방카가 대통령에 출마하길 원한다면 이기기 무척 힘든 상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일 메이 총리 등이 참석한 양국 양자회담에도 미국 대표로 등장했다. 언니와 달리 공식 직함이 전혀 없는 차녀 티퍼니도 마크 터커 HSBC 회장,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개인 비서 에드워드 영 사이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공화당 내 경쟁자이자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차남인 젭 부시를 강력 비판했다. 아버지와 형에 이어 그가 또 백악관을 넘본다는 사실 자체가 세습 정치의 일면을 보여준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자신이 백악관 주인이 되자마자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백악관의 가장 높은 자리에 앉혔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메이 총리와의 기자회견에서 “영국이 유럽연합(EU)을 떠날 준비를 함에 따라 미국은 (영국과) 놀랄 만한(phenomenal) 무역협정에 전념하겠다. 양국 간 교역량을 2배 혹은 3배까지 늘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윈스턴 처칠 전 총리가 타자기로 친 ‘대서양 헌장(Atlantic Charter)’ 초안을 선물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처칠이 쓴 ‘제2차 세계대전’ 초판 축약본을 건넸다. 취임 후 줄곧 ‘동맹 때리기’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에게 양국 협력 및 동맹의 가치를 상징적으로 강조하는 ‘뼈 있는 선물’이란 분석이 나온다.


구가인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