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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남녀 10명중 4명 “무자식 상팔자”

Posted March. 21, 2017 08:25,   

Updated March. 21, 201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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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회사 근처에 원룸을 구한 6년 차 직장인 강모 씨(30·여)는 퇴근 후 요가, 영화 감상, 독서 등으로 대학 시절부터 꿈꾼 ‘완전한 독립’을 만끽하고 있다. 연애는 하지만 결혼 생각은 없다. 현재 삶이 충분히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을지 말지는 아예 생각조차 없다. 그는 “가끔 결혼한 친구가 부러울 때도 있지만 남편이나 아이에게 얽매여 자기 삶 없이 사는 모습을 보면 역시 혼자가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씨처럼 결혼이나 자녀 출산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20일 육아정책연구소가 20∼39세 미혼 남녀 1073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0명 중 4명(42.3%)이 자녀 출산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녀가 없는 게 낫다’는 답변도 6.1% 나왔다. 취업난, 여성의 사회 진출, 고비용 결혼 문화, 자녀 양육 부담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물론 ‘자녀가 있는 게 낫다’와 ‘자녀는 꼭 있어야 한다’는 답변이 각각 42.9%, 14.8%로 자녀 출산에 긍정적인 답변이 조금 더 많았다. 하지만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젊은층의 결혼, 자녀관은 앞으로 저출산을 심화시킬 수 있는 위기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 대상자 10명 중 8명(77.4%)은 ‘자녀가 없어도 행복한 결혼생활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자녀 출산을 꺼리는 주된 원인으로 아이가 생기면 늘어나는 경제적 부담이 꼽힌다. 조사 대상자 62.6%는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양육할 수 없다면 자녀를 낳지 않는 것이 낫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첫 자녀를 출산하길 희망하는 시기에 대해 ‘적정 소득 수준을 유지할 때’라고 답한 비율이 38.4%로 가장 많았다.

 이런 인식을 바꿀 만한 대책들이 나오지 않는 한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통계청이 집계한 한국의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1.1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지난해 세계 224개국 합계출산율 추정치로 순위를 매긴 결과 한국은 220위로 북한(1.96명·125위)보다 95계단 낮았다. 한국보다 출산율이 낮은 국가가 싱가포르(0.82명) 마카오(0.94명) 대만(1.12명) 홍콩(1.19명) 등 인구 규모가 매우 작은 도시형 국가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국이 세계 꼴찌다.

 이미 지난해 태어난 아이 수는 40만6300명으로 역대 최저치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은 지금 태어난 아이가 가임여성이 되면 더욱 출생아가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져 2060년 출생아는 20만 명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효미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가족, 자녀 양육의 긍정적 측면을 꾸준히 홍보하고 가정과 직장에서 양성 평등 문화를 정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의 실효성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