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는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많은 사람들이 패라지가 주미대사로서 영국을 대표하기를 바랄 것이다. 그는 아주 훌륭하게 해낼 것”이라고 올렸다. 자신이 내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하면 초대 주미 영국대사로 패라지를 맞이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희망을 나타낸 것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조각(組閣)을 하듯 타국 외교관 인사에 개입하는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것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즉각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22일 대변인을 통해 “능력 있는 대사가 이미 미국에 나가 있다”며 트럼프의 제안을 일축했다. 하지만 패라지는 즉각 극우성향 온라인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에 “세상이 바뀌었고 다우닝 가도 바뀌어야 한다. 국익을 위해 영미 정부 간의 관계를 다지고 싶다”며 영미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는 뜻을 강하게 나타냈다.
트럼프는 지난해 6월 대선 출마 선언 때부터 패라지와 닮은꼴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가 “멕시코인들은 마약과 범죄를 미국에 가져온다”는 말로 반(反)이민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며 정치 무대에 데뷔했듯 패라지는 같은 해 열린 영국 총선 유세에서 “한 해 7000명에 이르는 에이즈 감염자 중 60%는 영국인이 아니다”라며 이민자를 겨냥했다. 두 사람은 이민자에 대한 반감뿐 아니라 반(反)세계화 성향에 포퓰리스트(인기영합주의자)라는 점도 빼닮았다.
패라지는 한 달 뒤인 지난해 7월 미 워싱턴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강연에서 “영국의 트럼프라는 평가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중앙관료 정치가 보통 사람들의 걱정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는 면에서 비슷하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지중해를 건너오는 수백만 명에 이르는 이민자 문제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그들의 범죄 기록이나 정치·종교적 성향을 확인할 수단이 없다는 점은 더욱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패라지는 올 들어 트럼프에 대한 호감을 대놓고 드러냈다. 3월 언론 인터뷰에서 “사업을 해 부호가 된 사람인데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옹호하는가 하면 5월 영국 ITV방송에 출연해선 “(내가 미국인이라면) 돈을 준다고 해도 힐러리 클린턴을 뽑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트럼프가 패라지를 주미 대사로 보내 달라고 한 것은 “해외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신을 지지한 정치인”에 대한 화답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그는 브렉시트 직후인 6월 말 “영국 친구들이 정치·경제·국경에 대한 통제를 다시 시작했다. 이젠 미국인들이 미래를 되찾아올 차례다”며 8월 미시시피 주에서 열린 유세에 패라지를 ‘미스터 브렉시트(Mr. Brexit)’라며 찬조연사로 초청하기도 했다.
메이 총리 내각 인사들이 선거 기간에 트럼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는 점도 트럼프가 메이 총리에게 ‘눈엣가시’나 다름없는 패라지를 적극 지지하는 이유다. 패라지는 트럼프는 물론 수석전략가로 백악관에 입성하게 된 스티븐 배넌과도 매일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아주 가까운 사이다
한기재 record@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