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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한 볼라드에 유모차 다니기 힘들어요”

“촘촘한 볼라드에 유모차 다니기 힘들어요”

Posted October. 05, 2016 09:08,   

Updated October. 05, 2016 09:20

 32만5000개.

 전국에 설치된 볼라드(bollard·차량 통행을 막는 말뚝) 숫자다. 볼라드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보행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횡단보도 및 차량 진출입로 주변에 설치하는 시설이다. 최근 지역마다 ‘차 없는 거리’ 조성이 늘어나면서 교통약자 보호를 목적으로 늘고 있다. 그러나 제멋대로 설치된 볼라드가 오히려 보행자를 괴롭히고 사고까지 유발하고 있다.

 3일 서울 서초구 지하철 서초역에서 예술의전당까지 약 1.2km 구간을 확인한 결과 좌우 보행로에 볼라드 291개가 설치돼 있었다. 이곳은 직장인도 많지만 근처 아파트 주민들이 자주 걸어서 외출을 나오기도 한다. 두께나 간격이 볼라드마다 제각각인 것도 시민들의 불편을 가중시킨다. 2006년 1월 제정된 법규에 따라 볼라드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탄성이 있는 재료를 사용하고 높이는 80∼100cm, 지름은 10∼20cm에 간격은 1.5m 안팎으로 설치해야 한다. 서울시가 올해 상반기 시내 전역에서 전수조사한 결과 볼라드가 4만 1135개 중 26.9%가 규격에 맞지 않았다.

 볼라드 설치를 하는 취지는 좋다. 이 지역 건물 관리인인 최 모씨(56)는 “아직까지 시민의식이 제대로 없는 운전자가 많다보니 볼라드가 없을 때 도로에 장시간 주차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볼라드가 없으면 인도에도 택배운반차량이 화물을 내리고 공간을 점유하기 때문에 설치하는 지방자치단체를 비난할 수도 없다.

 따라서 볼라드 설치는 하되, 지금과 같은 무분별한 설치는 자제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석(도로와 인도를 구분해주는 턱)이 있는 곳은 차가 못 들어가는 만큼 이런 곳까지 설치하는 것은 과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설 선임연구위원은 “차량 폭이 1.5m이므로 이를 감안한 간격으로만 설치하면 교통 약자도 편리하게 느낄 것”이라 제언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