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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미야의 동경소고/ 나도 우익의 대변자라고 부르라

와카미야의 동경소고/ 나도 우익의 대변자라고 부르라

Posted July. 31, 2014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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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위안부를 출판한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된 것은 최근 우울한 뉴스 중 하나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교수의 저서 화해를 위해서에도 공격이 쏟아져 우수 도서 지정을 취소하라는 요구가 제기됐다. 그 이유로 일본의 우익을 대변한다는 주장이 신문에 실리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나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그도 그럴 게 화해를 위해서는 일본에서 번역 출판되고 아사히신문사가 2007년 오사라기 지로() 논단상을 수여했기 때문이다. 당시 아사히신문 논설주간이던 나에게는 심사위원으로서의 책임이 있다.

2001년에 제정된 이 상은 시대성 있는 훌륭한 작품에 주어지는 것으로 박 교수는 외국인으로서도, 여성으로서도 첫 수상자였다.

역사 교과서, 종군 위안부, 야스쿠니() 신사, 다케시마(독도) 등 한일 간에 가로놓인 4개의 난제를 정면에서 거론하며 일본뿐 아니라 한국의 지나친 주장을 비판하고 화해의 길을 찾는 신선하고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수상작 심사 때 그 치밀한 논리 전개는 물론이고 비판을 각오하고 치열하게 문제 제기를 하는 용기가 높이 평가받았다.

나를 제외한 4명의 심사위원은 사외 일류 지식인이었다. 그중에서도 미국 하버드대 이리에 아키라() 명예교수가 이 책을 강하게 추천한 게 기억에 남는다. 그는 아사히신문에 다음과 같이 선정 이유를 보내왔다.

박유하 씨의 저서는 학문적 수준도 높고 시사 문제의 해설로서도 균형이 잡혀있다. 게다가 읽기 쉬운 문장으로 쓰인 보기 드문 수작이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가로놓인 오해와 무지 또는 감정적 대립이라는 무거운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 역사 문헌과 여론 조사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설득력 있게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이런 책이 한국과 일본에서 출판됐다는 것은 양국 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기뻐해야 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국가 간 또는 민족 간의 화해를 이끌어내는 데도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외교사 전문인 이리에 명예교수는 일본 출신으로 처음 미국 역사학회 회장을 지낸 중진으로 일본의 과거 침략을 질책해 온 사람이다. 우익의 대변을 기리는 것과는 거리가 너무도 먼 인물이다.

한국의 과도한 민족주의를 비판하는 책을 일본에서 상 주면 친일이라는 오해를 불러 역효과를 낳지 않을까. 우리는 그런 우려도 논의했다. 그러나 이 책에 대해 일본의 우익 언론이 호되게 비판하고 있었고 한국 신문 등에는 설득력이 있다는 서평이 실렸었다. 게다가 우익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아사히신문사에서 상을 받는다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도 한때 다케시마를 한국에 양보해 우정의 섬으로 한다라는 몽상()을 아사히신문 칼럼에 쓴 적이 있다. 그 때문에 지금도 우익에게 매국노라고 공격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용기 있는 발언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지만 내 생각엔 나보다 박 교수가 훨씬 용기 있다. 무엇보다 한일 관계에 관한 한 자유로운 주장을 펼칠 여지가 한국에서는 훨씬 좁기 때문이다.

고소된 제국의 위안부는 화해를 위해서에서도 다룬 위안부 문제를 더 깊이 논의한 역작이다. 힘으로 끌려가 성노예가 된 순진한 소녀, 아니, 대가를 받은 매춘부에 불과하다는 양 극단의 주장이 충돌하는 공허함을 지적하고 해결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것이 오해를 초래했다면 유감이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아픈 마음이 한층 깊어졌을 뿐이다. 이 책으로 할머니들의 명예가 손상됐다고는 도무지 생각되지 않는다. 동아일보 서평도 천박한 일본 우익의 목소리에 동조하는 내용이 결코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물론 다른 의견도 좋고 논쟁은 장려해야 하지만 사법에 호소해 자유로운 언로를 막는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에 있어 플러스가 아니다. 일본에서 출판을 기다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박 교수를 우익의 대변자라고 부르는 분들에게 꼭 부탁하고 싶다. 그렇다면 교수를 지지하는 나도 이제부터 꼭 우익의 대변자라고 불러 달라. 그러면 나에 대한 우익들의 공격도 조금은 누그러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