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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타공인 세계유산 강국등재 성공률 높아 벤치마킹하기도

한국,자타공인 세계유산 강국등재 성공률 높아 벤치마킹하기도

Posted July. 05, 2014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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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최근 실크로드의 유네스코 유산 등재에 맞춰 유럽과 중국을 잇는 고대 비단길의 현대적 복원도 준비하고 있다. 유네스코 홈페이지에는 벌써부터 삼성전자와 디스커버리채널이 공동 제작한 실크로드의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선보였다.

한중일 우리가 원조다

동북아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는 한중일은 인류무형유산 등재에서도 서로 원조논쟁을 벌이며 갈등을 벌이는 중이다. 원조 논란은 2005년 11월 한국의 강릉 단오제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목록에 등재되면서 시작됐다. 중국은 당시 단오절 풍습은 중국이 원조라고 반발하면서 무형유산 등재에 부쩍 관심을 쏟았다. 그 후 한의학(중의학), 판소리, 가야금 등에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면서 한중 문화갈등이 깊어졌다.

아리랑도 그런 풍상을 겪었다. 중국 문화부는 2011년 5월 조선족의 아리랑을 국가급 비물질 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중국을 구성하는 55개 소수민족의 문화를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조선족의 문화 역시 중국의 유산으로 치부한 것이다. 당시 중국은 조선족 아리랑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한국 정부는 2012년 2월 아리랑을 부랴부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신청했다. 정부는 남북 공동으로 진행해 오던 아리랑 등재를 단독으로 추진해 2012년 말에 결국 성사시켰다.

올해 3월 한국 국토교통부가 한민족 고유의 난방 양식인 온돌을 세계무형유산으로 추진한다는 소식에 중국이 또 발끈했다. 산시() 성 시안() 빗물지문화유산보호센터의 왕즈() 부주임은 한국의 온돌은 겨울에 추운 중국 북방의 농촌에서 사용하던 훠캉(항)과 원리가 똑같다. 한국의 생활풍습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한일 간에는 해녀() 문화를 놓고 원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 해녀인 아마()가 등재 신청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2007년부터 제주 해녀 등재를 추진했던 제주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초 한국을 찾은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해녀 등재를 특별히 부탁하기도 했다. 결국 제주도는 내년도 등재를 목표로 일본보다 먼저 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최근 유네스코 본부는 해녀 등재심사 신청을 좀 보류해달라고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 이는 한중일이 무형유산 등재를 독점한다는 다른 국가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유네스코 본부에 제출된 무형유산 등재 심사는 1년에 50건으로 제한돼 있으나 2015년 등재 신청 건수가 벌써 100건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네스코는 한중일과 프랑스 등 무형유산 선진국에 등재심사 신청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대신 한 건도 등재하지 못한 국가들의 신청을 우선 심사함으로써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유네스코 관계자는 등재 신청은 상표 등록과 다른 개념으로 특정 국가가 특정 무형문화재 등재를 신청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갖는 것이 아니다며 문화유산 등재를 마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것처럼 인식하는 바람에 3개국이 민족주의를 앞세워 핑퐁식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유네스코 측은 여러 국가에 퍼져 있는 무형문화재는 모든 나라가 자국 내 무형문화재로 등재 신청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네스코는 2003년에 이라크의 가무악인 무캄과 아제르바이잔의 무캄을 인류무형유산으로 공동 등재한 다음 2005년에 중국의 신장 위구르 무캄도 같은 목록에 올린 바 있다.

이상진 유네스코대표부 대사는 한중일 간 역사 갈등으로 과열된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정치적 의미보다는 인류 공동의 문화보존과 교류라는 본연의 의미로 되돌아가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북한이 2일 씨름을 남북한 공동으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한 것은 이런 제안과 맥이 닿는다.

아시아 3개국 등재 둘러싸고 갈등도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올 1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세계유산이 주변국 간 갈등과 분열의 씨앗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세계유산 등재가 이웃 간의 영토분쟁이나 역사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2008년 캄보디아가 태국과의 국경분쟁 지역에 있는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을 세계유산으로 추진하자 무력 분쟁이 다시 일어나기도 했다.

역사 갈등을 겪고 있는 한중일 사이에도 세계유산 분쟁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카타르에서 열린 회의에서 일본의 메이지(18681912년)시대 비단실을 뽑아내던 군마() 현의 도미오카() 제사공장이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일본의 근대산업 유적이 세계유산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회의 직후 한국 정부엔 비상이 걸렸다. 일본이 또다른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 28점을 내년 6월 등재를 목표로 신청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 유적에는 한국인 강제징용자 4700여 명이 노예처럼 일한 나가사키() 조선소와 한국인 122명이 목숨을 잃은 해저탄광이 있던 하시마(일명 군함도)가 포함돼 있다.

일본에는 근대화 유적일지 모르지만 일제강점기의 고통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를 세계유산으로 올리려는 시도에 한국 정부는 강력 항의했다. 이상진 대사는 일본은 가톨릭 전래유적 등 수많은 후보를 쌓아놓고 있는데 아베 신조() 정권이 굳이 주변국의 상처가 서린 유적을 신청한 것은 고의라고 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오 소장에게 일본의 나카사키 조선소와 하시마 등재 추진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일본은 이번 등재 신청이 메이지 시대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 한국 정부가 문제 삼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와는 시기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 유산을 특정 시대만 떼어서 판단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심사하는 국제기념물유적협회(ICOMOS)에 한국 정부 측의 의견을 포함시켜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했다.

일본의 역사 도발에 중국도 좌시하지 않는다. 중국은 지난달 10일 일본군 위안부, 난징대학살 자료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신청했다. 한국은 위안부 관련 증언기록을 2017년 세계기록유산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일본은 2차 대전 당시 가미카제 자살특공대의 유서를 기록유산으로 추진하다가 중도에 포기했다.

세계유산 무대에서 강해지는 중국의 소프트파워

2일 오전 프랑스 파리 14구 몽파르나스 타워 6층에 있는 유네스코 한국대표부 사무실. 이상진 대사의 책상 위에는 사진집과 DVD 등 자료집이 수북이 놓여 있었다. 지난달 세계유산위원회를 앞두고 각국에서 세계유산 등재에 찬성해달라며 놓고 간 자료였다. 로비의 흔적으로 보였다. 이 대사는 한국이 지난해 유네스코 총회에서 21개국으로 구성된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가로 선정된 힘을 이번에 톡톡히 느꼈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전문가 그룹이 사전심사를 통해 등재(inscribe) 보류(refer) 반려(defer) 등재불가(Not inscribe) 등 4단계로 권고를 내린다. 그러나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이런 권고안이 뒤집히는 때가 수없이 일어난다. 보류, 반려뿐 아니라 심지어 등재불가 권고를 받은 곳이 등재되는 사례도 많다. 이러다 보니 회의장 주변의 식당, 커피숍, 회의장 구석구석에서는 주고받기식 협상이 벌어진다.

이런 장면을 볼 때 21개국으로 구성된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의 파워는 막강하다. 세계유산위 위원국 선출 투표는 유네스코 총회에서 가장 치열한 선거로 꼽힌다. 191개 협약국 대부분이 출마한 상태에서 21개국을 뽑다 보니 11% 안에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유산위에 이어 올해 5월 무형유산을 등재하는 정부간위원회 위원국에도 선정됐다. 유네스코 분담금 순위 13위인 한국은 캄보디아 북한 등 아시아 국가들에 유무형 세계유산 보존 노하우를 전수하는 협력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19992009년 마쓰우라 고이치로 사무총장이 재직하던 10년간 유네스코에서는 일본의 영향력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유네스코 정부간위원회 선거에서 최다 득표는 중국에 돌아가고 있다. 미국이 2011년 이후 3년간 유네스코 전체 예산의 25%에 이르는 분담금을 내지 않아 영향력을 잃고 있는 사이 중국이 유네스코와 밀월관계를 맺으며 구원투수로 나섰기 때문이다.

올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국가수반으로서는 처음으로 파리 유네스코 본부를 방문해 중국은 유네스코 활동에 대한 참여를 확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방문을 계기로 중국은 유네스코-만리장성 펠로십 수혜자를 연 75명으로 늘리고 문화섹터 창의산업 사업에 200만 달러를 쾌척했다. 중국은 이미 세계유산 47개, 무형유산 38건, 기록유산 9건, 생물권보전지역 32곳, 지질공원 29곳, 창의도시 5곳 등을 확보하고 유네스코 브랜드 유치에서 최우등생이 됐다. 현재 유네스코 총회 의장도 중국인이 맡고 있다.

유네스코 관계자는 3년 안에 중국이 영국 독일 프랑스를 제치고 유네스코 분담금 3위 국가가 될 것이다. 이제 각국이 중국 변수까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 구도가 또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