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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60년내 인생을 돌려줘

Posted November. 30, 2013 06:10,   

지금부터 60년 전인 1953년 3월 30일, 거의 같은 시각에 도쿄() 도 스미다() 구에 있는 산이쿠카이() 산부인과 병원에서 2명의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먼저 태어난 A는 병원의 부주의로 13분 후에 태어난 다른 신생아 B와 바뀌면서 서로 다른 부모에게 넘겨졌다. 그러면서 인생이 180도 달라졌다.

A 씨가 2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엄마와 A 씨를 포함한 4인 가족은 10m 크기의 아파트에서 힘겹게 살았다. 누울 공간도 부족한 터여서 가전제품은 하나도 없었다. 그는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돈을 벌어야 했다. 최근까지 트럭 운전사로 일하면서 결혼도 하지 못했다.

운명이 뒤바뀐 B 씨.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는 가정에서 자랐다. 사립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가정교사로부터 지도를 받았고 대학도 무난히 합격했다. 동생 3명도 모두 사립 고교를 졸업한 후 대학 과정을 마치고 현재 일류 기업에 취업해 있다.

운명이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 것은 B 씨의 동생 3명 덕분. 그들은 자신과 용모, 성격 등에서 전혀 닮지 않은 큰형 B 씨를 이상히 여겼다. 게다가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전에 큰형에 대해 출산 때 준비한 신생아 옷과 실제 입고 있던 신생아 옷이 달랐다는 말을 하곤 했다.

3형제는 유전자(DNA) 감식을 의뢰했다. 2009년 놀랍게도 큰형은 나머지 3명의 형제와 혈연관계가 아니라는 게 판명됐다. 그 후 삼형제는 산이쿠카이 병원의 기록을 뒤져 지난해 진짜 큰형인 A 씨를 찾아냈다.

A 씨는 자신의 운명을 뒤바꿔 놓은 산이쿠카이 병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도쿄지방법원은 병원의 과실을 인정하고 3800만 엔(약 3억9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26일 판결했다. 병원 측의 항소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A 씨는 27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처음 나의 운명이 뒤바뀐 사실을 알았을 땐 폭탄을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며 그런 일만 없었다면 내 인생이 180도로 달라졌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도대체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믿지 못하겠다. 원래의 삶을 살도록 (병원이) 내가 태어난 날로 시계를 거꾸로 돌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그의 사연은 올가을 일본에서 히트를 쳤던 영화 (온갖 사연을 겪은 후) 그리고 아빠가 된다의 소재가 됐다. 영화는 A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신생아 뒤바뀜, 그 후 뒤틀린 인연 등을 다뤘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