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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충돌 헬기 경로이탈 미스터리

Posted November. 18, 2013 03:11,   

헬리콥터가 고층 아파트와 충돌하는 사고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다.

사고 헬기는 충돌 위험을 알리는 지상충돌경고장치(GPWS)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조종사들은 충돌 직전에도 비상교신을 시도하지 않는 등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국토교통부 등 관계 기관에 따르면 LG전자 소속 시콜스키 S-76 헬기가 16일 오전 8시 54분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102동 2426층에 충돌한 뒤 아파트 화단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조종사 박인규 씨(58)와 부조종사 고종진 씨(37) 등 2명이 숨졌으며 아파트 주민의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사고 헬기는 이날 오전 8시 46분 김포공항을 출발해 사고 지점까지 한강을 따라 이동했다. 사고기는 당초 목적지인 잠실헬기장에서 한강을 우회해야 했으나 직선거리 1.2km 전인 삼성동 아이파크 방면으로 방향을 돌렸으며 이 아파트에 정면으로 부딪쳤다.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서울지방항공청은 이 헬기가 아이파크 쪽으로 갑자기 우회한 이유를 밝혀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재영 국토부 서울지방항공청장은 사고 헬기가 한강을 비행하다 잠실헬기장에 내리기 직전 마지막 단계에서 경로를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사고 이유는 블랙박스를 조사한 이후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PWS 등 헬기 안전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고 헬기에는 충돌 위험이 있을 경우 조종사에게 이를 알리는 GPWS 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국토부 당국자는 GPWS가 작동하지 않았는지 혹은 작동했지만 조종사들이 이를 알지 못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헬기 조종사들이 사고 위험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긴급 신호를 보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한강 수계 항공기 교신을 맡은 군 당국은 사고 과정에서 사고 헬기와 교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18일부터 연말까지 국내 헬기 보유업체를 대상으로 안전 특별점검을 하고 헬기 안전문제를 포함한 항공안전종합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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