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스포츠를 국수주의로 오염시키지 말아야

Posted July. 31, 2013 04:54,   

日本語

일요일인 28일 동아시안컵 축구 한일전이 열린 서울 잠실운동장에서 한국 응원단 붉은 악마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쓰인 대형 플래카드를 펼쳐놓고 응원을 벌였다. 일본 응원단 울트라닛폰은 일본 자위대의 군기()로 사용되고 있고 한국인들의 뇌리에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각인된 욱일기()를 흔들었다. 경기 중 플래카드는 철거되고 욱일기는 압수됐다. 둘 다 상대팀을 배려하지 않은 경박한 행동이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붉은 악마의 플래카드에 극도로 유감이라고 항의했지만 자국 응원단의 욱일기 사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 관방장관도 욱일기가 한국인이나 중국인에게 군국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깃발임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경기에 자국인들이 욱일기를 갖고 가지 않도록 권고한 바 있다.

울트라니폰이 국가대표 축구 경기에서 욱일기를 관행적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할지 몰라도 한국이나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붉은 악마가 플래카드에 인용한 신채호의 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표현은 욱일기 같은 군기가 뿜어내는 전투성에 비하면 차라리 부드러운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에 군국주의 분위기를 풍기는 군기가 도발적인 것처럼 다른 나라를 자극하는 역사적 표현도 어울리지 않는다.

1970년 월드컵 중북미지역 예선전에서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 관중의 충돌은 전쟁으로 이어졌다. 전쟁까지는 아니더라도 국가간 축구 경기가 폭력과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지 않다. 과거 역사적 약연이 뒤얽힌 한중일 사이에서는 다른 나라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2007년 AFC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중국 관중은 일본 역사교과서가 난징() 대학살을 왜곡한 것에 항의해 일본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중국 국가를 불러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해 런던 올림픽 축구 3,4위 결정전에서 일본 응원단은 욱일기를 흔들었고 한국 대표팀 박종우 선수는 독도 세리머니를 했다. 비슷한 일이 1년도 채 안돼 다시 반복된 것은 과거사를 둘러싼 감정의 골이 그만큼 깊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간 경기가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애국심 없이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수주의적() 애국심에 바탕한 응원은 스포츠를 정치로 오염시킬 수 있다. 스포츠는 스포츠로 즐겨야 한다. 일본 응원단이 욱일기를 흔들면 그것은 그것대로 비판하되 한국 응원단까지 스포츠를 정치로 오염시키는 행동은 자제 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