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신()경영을 시작한지 오늘로 20년이 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자며 신경영을 선언했다. 당시 삼성 제품은 국내에선 일류였지만 선진국에선 매장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이건희 회장은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공장이나 생산 라인을 중단해도 좋다며 제품, 서비스, 인력, 경영 방식의 쇄신을 밀고 나갔다. 그때보다 삼성의 매출은 13배, 세전이익은 47배, 시가총액은 44배로 늘었다. 위기를 자각하고 부단한 혁신을 추구한 성과물이다.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동안 한국 경제는 성장률 2%대의 저() 성장, 저고용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삼성과 현대차로 생기는 착시() 현상을 걷어내면 더 보잘 것 없다. 지난해 국내 상장회사 499곳(금융업 제외)의 순이익 중 절반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번 돈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기아차를 뺀 상위 97개 기업의 순이익은 2007년의 63%에 불과하다.
중국 기업들은 한국을 따라잡겠다고 뛰고, 일본은 재도약의 칼을 갈고 있다. 대기업과 제조업에 편중된 경제, 낮은 노동생산성, 경직된 고용시장의 틀을 깨야 미래가 있다. 위기를 직시하는 리더십과 구성원의 헌신과 열정만이 제2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다. 삼성 신경영 20년이 가져온 성과를 다른 기업들도 따라 배워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