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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다친데 좋다 길래 주택가에 몰래 핀 양귀비 (일)

허리 다친데 좋다 길래 주택가에 몰래 핀 양귀비 (일)

Posted July. 10, 2012 06:46,   

지난달 13일 오후 광주 광산구 신촌동 주택가. 광주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직원 3명이 김모 씨(67) 집 앞 텃밭에서 빨간 양귀비 10여 포기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꽃봉오리와 줄기를 유심히 살핀 직원들은 곧바로 집으로 들이닥쳤다. 담 안쪽에서 마약 성분이 있는 양귀비 50여 포기가 자라고 있는 것을 확인한 직원들은 김 씨에게 재배 경위를 캐물었다. 김 씨는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친 뒤 양귀비 줄기를 달여 먹으면 좋다고 해서 재배했는데 죄가 되는 줄 몰랐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 사는 조모 씨(76)는 양귀비를 몰래 재배하다 5월 부산해양경찰서에 적발돼 불구속 입건됐다. 조 씨는 자신의 주택 앞마당과 뒤뜰에서 양귀비 915포기를 재배했다. 부산해경 단속 사례 중 가장 많은 양이었다. 하정우 부산해경 형사3팀장은 이 정도면 14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생아편 42g 정도를 추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귀비는 꽃봉오리 속의 수액을 말려 화학적 공정을 거치면 아편과 모르핀, 헤로인 등 마약의 원료가 된다. 이 때문에 경찰은 꽃이 피는 57월 전국적으로 특별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재배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수법이 지능화, 광역화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8년부터 4년간 경찰에 단속된 마약사범은 연평균 6000여 명으로, 이 중 20% 정도가 양귀비 재배 사범이다. 올들어 6월 말 현재 전국적으로 400여 명이 적발됐다. 양귀비 재배가 줄지 않자 경찰은 헬기를 동원해 산과 건물 옥상 등을 저공비행하면서 사진을 촬영하기도 하지만 찾기가 쉽지 않다. 야산이나 밭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마치 일반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처럼 속이거나 꽃잎을 떼어 내 식별하기 어렵게 하는 등 은폐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경찰청 마약수사대 주기석 경사는 화단이나 상추밭에 은밀하게 심은 경우에는 집집마다 방문해야 적발이 가능하다며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요즘은 택배 배달원 차림으로 다닌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양귀비는 20여 종. 대부분 관상용인 개양귀비지만 마약 성분이 있는 파파베르 솜니페룸 엘 파파베르 세티게룸 디시 등 2종은 한 포기라도 재배하면 불법이 된다. 하지만 대검찰청 단속 지침에 따라 50포기 미만은 기소하지 않고 주의를 준다. 50100포기는 기소유예, 100포기 이상은 벌금형을 부과한다. 적발된 사람은 대부분 60, 70대 노인이다. 전병현 전남경찰청 마약수사대장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관상용이나 약용으로 쓰려고 씨앗을 받아 키우다 마약 전과자가 되는 사람이 한해에만 80명이 넘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정승호 윤희각 shjung@donga.com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