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퇴직임원의 공개 비난으로 탐욕 논란이 재점화된 미국 월가에 엘리트 구인난까지 겹쳤다. 지구촌을 뒤흔든 월가 점령 시위에 각종 부패스캔들이 겹치면서 더는 선망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연봉을 좇아 월가로 몰렸던 인재들이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정보기술(IT)업계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15일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유명대학의 우수인재들이 월가 입사를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투자은행 등 월가의 금융회사에 취업한 하버드대 졸업생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에는 28%였지만 지난해에는 17%로 급감했다. 지난해 예일대를 졸업한 극작가 코리 핀레이 씨(23)는 4학년 때 헤지펀드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냈다. 고액 연봉과 명망을 따지면 매력적인 자리였다. 하지만 고민 끝에 월가에 대한 환상을 접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권 보수가 크게 줄고 정리해고가 잦아지면서 월가를 부자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여기던 학생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골드만삭스의 평균 급여는 36만7000달러로 전년도보다 10% 이상 줄었고 특히 임원 400명의 급여는 무려 절반 이상 삭감됐다. 모건스탠리도 일부 직원의 임금이 3040% 깎였다.
대학 캠퍼스에서 불고 있는 월가 점령 시위 열풍도 영향을 미쳤다고 NYT는 분석했다. 캠퍼스 문화가 부도덕한 월가를 더는 출세길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 지난해 하반기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명문대에서 열린 금융회사 취업설명회에서는 학생들이 몰려와 금융권에 가지 말자 다른 모험을 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텍사스대 경영학과 2학년 벤 프루덴 씨는 경영학과를 졸업하더라도 금융권에 관심 없다. 거머리처럼 다른 산업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월가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월가를 외면하는 대신 IT기업을 선호하는 대졸자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대졸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취업선호도 조사에서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이 13위를 휩쓸었다. 반면 금융권에서 가장 순위가 높았던 JP모건은 전체 41위에 그쳤다.
포브스에 따르면 올해 IT업종의 억만장자는 56명으로 10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포브스는 이런 추세면 IT업계에서 일하는 것이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라며 구글 최고경영자(CEO)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의 성공에 자극받은 인재들이 월가 대신 실리콘밸리로 몰려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15일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 등 경영진과 면담했다. 골드만삭스의 비도덕성을 폭로한 퇴직임원의 NYT 기고글로 월가에 대한 비난여론이 커지자 이를 수습하기 위한 만남이었다. 스투 로에세르 뉴욕시 대변인은 블룸버그 시장은 골드만삭스가 뉴욕 경제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회사를 방문했다며 공정치 못한 공격은 뉴욕시민 전체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고 밝혔다.
정임수 imsoo@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