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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근혜와 정몽준

Posted September. 05, 2011 08:21,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박근혜와 정몽준은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더불어 당내 차기 유력 대선주자다. 박근혜는 1952년생, 정몽준은 1951년생으로 한 살 차이지만 서울 장충초교 20회 동창이고 대학도 같은 1970년 학번이다. 박근혜는 대통령의 딸, 정몽준은 재벌의 아들이다. 어찌 보면 잘 통할 것 같은 두 사람이지만 대권가도로 가는 길에서는 상대를 쓰러뜨려야 승리할 수 있는 숙명의 라이벌이다.

정몽준이 자서전에서 과거 박근혜와 얼굴을 붉혔던 비화들을 소개했다. 박근혜는 2002년 5월 방북해 김정일과 남북 축구팀 경기에 합의한 뒤 돌아와 정몽준이 회장을 맡고 있는 대한축구협회에 이를 무리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그해 9월 경기장에서 만난 박근혜는 관중이 사전에 약속된 한반도기 대신에 태극기를 들고 있고, 붉은 악마가 통일조국 대신 대한민국을 외치는데 대해 정몽준에게 화를 내며 따졌다는 것이다. 정몽준은 자신이 한나라당 대표로 있을 때 박근혜와 겪었던 마찰도 상세히 소개했다.

한때는 두 사람이 서로 정치적 구애()를 한 적도 있다. 2002년 대선 때 정몽준은 한나라당을 탈당한 박근혜를 자신이 만든 국민통합21의 대표에 앉히려 애썼으나 정체성 차이를 이유로 박근혜가 거부해 실패했다. 2006년 지방선거 때는 반대로 박근혜가 정몽준을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하려고 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둘 사이가 더 서먹해졌다. 주로 정몽준이 먼저 공격을 하는 편이다. 그러면 박근혜 측근들이 나서 반격을 가한다. 정몽준은 박근혜 대세론를 겨냥해 정치인의 인기는 목욕탕 수증기와 비슷하다고 평가절하 했다.

정몽준의 박근혜 때리기를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박근혜를 걸고넘어져 이목을 끌고, 가장 강한 상대를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정몽준 측은 박근혜에 대해 모두 쉬쉬하는 분위기라 당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짚고 갈 부분은 짚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 여권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두 진영이 서로 치고받다 보면 야당 즐거울 일만 생길지도 모르겠다.

이 진 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