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식 중 한 명만을 선택해 살릴 수밖에 없는 어머니. 누구든 한 자식의 생명줄을 놓아야만 했을 때 어머니는 자신의 인생도 놓아버리는 것이다. 자신의 살을 베어내는 듯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어머니의 심정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이 세상에 없다. 이런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참혹한 선택을 강요당하는 어머니들이 있다.
소말리아에서 살던 와르도 모하무드 유수프 씨(29)는 한 살배기 딸을 등에 업고 한 손으론 네 살 난 아들의 손을 잡은 채 케냐를 향해 떠났다. 아프리카 동부를 덮친 60년 만의 가뭄으로 그의 마을엔 자고 깨면 사망자가 속출했다. 앉은 채로 죽을 바에는 차라리 유엔이 제공한 캠프가 있다는 케냐로 목숨 걸고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먼지만 날리는 사막을 2주 동안 걸었다. 용케 따라오던 아들이 끝내 타는 듯한 태양 아래 쓰러졌다. 얼마 남지 않은 물을 아들의 얼굴에 뿌려봤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함께 피난 중이던 다른 가족들에게 도움을 구했으나 자신들의 생존이 급한 상황에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29세 유수프 씨는 결국 어떤 부모도 감당할 수 없는 결정을 해야 했다.
결국 아들을 신의 뜻에 맡기고 길에 버려두고 올 수밖에 없었어요. 날마다 그 애를 생각하면서 고통 속에 밤을 보내지만 그가 죽었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아들 또래의 다른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집니다.
유수프 씨는 케냐 다다브 난민촌에서 AP통신 기자에게 이렇게 심정을 토로했다.
피난길에 자식을 선택해야 하는 참담한 경험은 유수프 씨만이 체험한 것이 아니다. 이 난민촌에 머무르고 있는 역시 29세의 파두마 사코우 압둘라히 씨도 같은 일을 겪었다.
일찍 남편을 잃은 그는 기근을 견디다 못해 5세, 4세, 3세, 2세의 자식과 갓난아이를 안고 다다브를 향해 떠났다. 그 역시 난민촌에 도착하기 불과 하루 전날 두 아이를 잃었다. 잠이 든 줄 알았던 5세 아들과 4세 난 딸이 아무리 흔들어도 깨나지 않았던 것. 물이 조금 남아있었지만 갓난아이를 포함한 다른 3명의 자식을 생각하면 함부로 쓸 수도 없었다.
결국 그는 두 자식을 나무 그늘에 옮겨놓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자식들이 혹시 깨어났을 것 같아 얼마 못 가 다시 되돌아오기를 여러 차례. 하지만 다른 세 아이라도 살리기 위해선 끝내 피눈물을 머금고 그 자리를 떠나야 했다.
선택의 순간은 어머니만 강요받은 것은 아니었다. 이 난민촌에서 AP기자가 만난 농민 출신 아흐메드 자파 누르 씨(50)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14세 아들, 13세 딸과 함께 케냐로 피난길에 오른 누르 씨는 이틀 만에 물이 떨어졌다. 사흘째 되는 날 두 자식은 더는 걸을 수 없었다. 함께 갈 수도, 다시 되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 그렇다고 계속 지체하면 셋 다 목숨을 잃게 된다. 누르 씨는 고향에 남아있는 5명의 자식과 아내를 생각하며 결정을 내렸다.
그들을 운명에 맡기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내 몸의 일부와도 같은 자식들을 포기하는 것은 정말 심장을 찢는 고통이었습니다.
그는 난민촌에 도착해서도 그들의 얼굴이 얼른거려 고통 속에 몸부림쳐야 했다. 하지만 누르 씨와 그의 자식들에게 운명은 미소를 던져주었다. 남기고 온 두 아이는 기적적으로 유목민에게 구조돼 소말리아의 엄마 곁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누르 씨도 석 달 만에 그 소식을 전해 들었다.
6명의 자녀를 데리고 난민촌으로 가던 파퀴드 누르 엘미 씨는 세 살배기 아들이 굶주림과 갈증으로 괴로워하다 결국 숨졌을 때 엄마로서 해 줄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은 자식의 시신 위에 마른 나뭇가지를 덮어주고 하염없이 우는 것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남은 다섯 자식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는데 죽은 아들을 위한 무덤을 팔 힘이 어디서 나겠나. 나에게 아들을 내려준 신이 그를 먼저 데리고 간 것뿐이라고 엘미 씨는 담담하게 말했다.
다다브 난민촌에서 활동하는 국제구호위원회 소속의 정신과 의사 존 키벨렝에 씨는 소말리아의 부모들은 극도의 압박감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가만히 앉아서 다 같이 죽을 순 없는 일입니다. 그런 비정상적인 상황에선 누군가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한 달쯤 뒤면 부모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게 됩니다. 두고 온 아이들의 환영이 떠올라 밤낮으로 악몽에 시달리죠.
AP가 12일 전한 다다브 난민촌의 비극은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애끊는 아픔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극심한 가뭄으로 지금 소말리아를 비롯한 동아프리카 지역에선 1200만 명의 주민이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기근 피해지역으로 선포돼 당장 급박한 구호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만 280만 명. 이중 소말리아 주민은 45만 명이다.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석 달 동안 사망한 5세 이하 소말리아 어린이는 최소 2만9000명. 다른 가족을 위한 음식과 물을 아끼기 위해 거리에 버려진, 더는 걸을 수 없는 어린이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아프리카에서 부모들이 선택을 강요받는 이유는 비단 가뭄 때문만은 아니다. 2009년엔 설사에 걸린 18개월 쌍둥이 아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한 잠비아 부모의 사연이 한 국제구호단체를 통해 알려졌다. 보건소에는 한 명분의 약밖에 없었고 결국 부모는 상태가 좀 더 나은 동생을 선택했다. 치료를 받지 못한 형은 숨졌다. 이렇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5세 미만 아동은 아프리카에만 45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생사가 결정되는 긴급한 상황에서 한 자식만을 선택해야 하는 부모의 아픔은 종종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나치 수용소에서 가스실에 보낼 자식을 선택해야 했고 끝내 그 아픔 속에 몸부림치다 자살하는 부모를 그린 영화 소피의 선택(1982년)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도 지진으로 무너진 기둥 아래 깔린 두 자식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했던 어머니의 심정을 묘사한 영화 탕산대지진이 중국과 한국 등에서 개봉돼 수천만 명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현실에서 그런 참혹한 비극은 카메라도, 펜도 없는 숱한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멀리 아프리카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탈북자들의 수기에도 이런 비극은 수없이 등장한다. 어린 아들딸의 손을 잡고 소용돌이치며 흐르는 두만강을 건너다 딸의 손을 그만 놓쳐버린 어머니. 아들마저 잃을까봐 살려 달라고 비명을 지르는 딸을 보고만 있어야 했던 어머니는 끝내 미쳐버렸다.
간신히 두 딸을 데리고 중국으로 탈출했지만 딸을 한 명 팔지 않으면 신고하겠다는 협박에 못 이겨 어떤 딸을 팔지 결정해야 했던 어머니도 많았다. 인류가 비극의 주인공이 된 지구 곳곳에서 어머니들의 모성애만이라도 지켜줄 수 있다면.
주성하 zsh75@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