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에 대거 반영된다는 EBS교재를 공부하던 수험생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EBS는 수능특강 고득점 외국어영역 330제 교재에서 64건의 오류가 나왔다며 5월과 6월 이 책을 산 사람들은 새로 제작한 정답과 해설책자를 서점에서 받아가라고 밝혔다. 이 교재만 아니다. EBS 홈페이지에는 수시로 교재 정오표(틀린 문제와 답을 바로잡은 내용)가 올라온다. 고득점 언어영역 300제의 경우 6월 16일부터 7월 26일까지 잘못된 문제와 답이 16개 게시돼 있다. 수험생들의 혼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EBS는 5일 교과전공 대학교수를 집필진에 영입해 수능출제방식인 합숙형 집중검토 시스템을 도입해 교재품질을 개선하겠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교재 개선으로 풀릴 문제가 아니다. 교육정책 목표를 사교육비 줄이기에 두어 EBS가 공교육의 안방을 차지하게 만든 이명박 정부의 교육철학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
이 대통령은 2월 수능 대책보고를 받고 작년에도 수능과 EBS 강의의 연계율을 70%로 한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지만 국민들이 잘 믿지 않더라며 EBS 방송 강의가 시험에 실질적으로 연계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고교 교사는 교과서 대신 EBS교재로 학원식 문제풀이를 하고, 학생들은 문제와 답만 외는 등 학교는 EBS 암기장소가 됐다. 주교재가 EBS교재로 획일화되면서 교사는 창의적 수업을 할 필요가 없어졌고, 수준별 수업도 거의 불가능하다. 공교육의 질이 올라간 것이 아니라 황폐화된 것이다. EBS교재를 외워 수능을 본 학생들이 세계를 무대로 뛰고 경쟁을 주저하지 않으며 창조적 도전정신에 불타는 G20 세대가 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그렇다고 사교육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정부가 쉬운 수능을 공언하는 바람에 수험생들은 내신만점, 논술 준비를 위해 학원으로 더 몰렸다. EBS은 수능 연계 덕에 지난해 교재판매로 117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부가 EBS에만 보장한 통 큰 독점으로 영세 출판사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교육정책의 기본은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어야지 사교육 잡기가 돼선 안 된다. 수능은 주입식 암기식 사교육으로는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없도록 출제한다는 대원칙에 따라 학생들이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을 알아보는 시험으로 돌아가야 한다. 교육당국은 EBS 연계 수능 정책이 왜곡시키는 암기 공교육의 폐해를 똑똑히 보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