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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는 군인이다

Posted June. 30, 2011 07:25,   

나라와 문화가 다른 만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죠. 하지만 다 같은 군인입니다.

28일 오후 고려대 안암캠퍼스에 군복을 입은 미국 여성 7명이 찾아왔다. 해외군사문화탐방을 위해 한국을 찾은 미국 학군장교(ROTC) 후보생들. 육군 학생중앙군사학교는 한국 ROTC 창설 50주년을 맞아 한미 여성 ROTC 후보생들의 만남 등 한미 ROTC 후보생들 간의 첫 군사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국내에는 올해 처음 여성 ROTC 제도가 도입됐지만 미국은 1973년부터 여성 후보생을 발탁해 군 인재로 육성했다. 이날 고려대를 방문한 미국 여성 ROTC 후보생들은 막 ROTC 후보생 생활을 시작한 고려대 여학생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며 군 선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같은 ROTC 후보생이지만 한미 양국의 여대생들에게는 입문 배경 등 차이점이 많았다.

한국 후보생들은 주로 부모님 및 주변 환경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 아버지가 해군 출신인 정지윤 씨(21체육교육과 3)는 제복을 입고 경례하던 아버지를 평생 동경해 왔다며 대학 입시에서 사관학교에 떨어져 좌절했는데 다행히 여성 ROTC 제도가 생겨 새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ROTC 51기 중대장으로 선발된 차유리 씨(22역사교육과 3)도 아버지가 군인 출신이다.

반면 미국 후보생들은 다소 현실적 이유로 ROTC에 입문했다. 애틀랜타 에머리대에 재학 중인 한국계 미국인 이준 씨(21역사학과 3)는 군인이 되고 싶기도 했지만 연간 5만2000달러에 이르는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ROTC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로디스 매니낭 씨(20포틀랜드대 간호학과 3년)는 미국 ROTC 후보생들은 국가로부터 장학금부터 책값까지 모두 지원 받는다며 졸업 후 군대라는 직장을 보장받는 것도 이점이라고 했다.

여자 군인에 대한 시선이 부담스러운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

정 씨는 격려해 주는 사람도 많지만 여자가 웬 군복이냐는 훈계조의 발언부터 취업을 위해 경력 쌓기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며 아무래도 국내 첫 여성 후보생이다 보니 주변의 관심이 너무 많아 불편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미국 후보생들도 2년 넘게 ROTC 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캠퍼스에선 낯선 시선을 받는다며 특히 훈련복을 입고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은 고역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체력적으로 남자 후보생들에게 뒤처져 걱정이라는 한국 후보생들의 고민에 대해 미국 후보생들은 나름대로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헤일리 피셔 씨(20오리건 주립대 역사학 3)는 남자들보다 달리기가 느릴 수도 있고 체력훈련이 버거울 수 있다며 하지만 2년 넘게 후보생 생활을 하면서 느낀 가장 중요한 점은 결국 자신이 매일 얼마나 최선을 다하느냐였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 ROTC 후보생들은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금 군인이라는 것이라며 훌륭한 군인이 돼 군대도 여성이 훌륭하게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여성 후보생을 포함해 함께 입국한 24명의 미국 후보생들은 다음 달 1일까지 경기 성남시의 육군 학생중앙군사학교(학군교)를 방문하고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할 예정이다.



김지현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