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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관진 장관의 와신상담

Posted June. 28, 2011 08:00,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때 월왕 구천에게 아버지를 잃은 오왕 부차는 아버지의 죽음을 잊지 않으려고 장작더미 위에서 잤다. 이른바 와신()이다. 부차는 자기 방에 들어오는 사람에게 아비를 죽인 구천을 잊지 말라고 외치라고 한 뒤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답했다. 이를 안 구천이 선수를 쳤지만 복수의 칼을 간 부차에게 패했다. 부차의 신하가 돼 치욕을 겪은 구천은 월나라로 돌아가 쓸개를 매달아 놓고 수시로 쓴맛을 보는 상담()으로 설욕을 다짐했다. 구천은 결국 패배 18년 만에 부차의 무릎을 꿇게 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은 집무실 책상 유리 밑에 한반도의 야간 위성사진을 깔아 놓았다. 불빛이 환한 남한과 캄캄한 북한이 비교되는 이 사진은 같은 민족도 이념과 체제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럼즈펠드는 나는 매일 이 사진을 보며 한반도 문제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터 페이스 전 미국 합참의장은 집무실 책상 위에 베트남전에서 전사한 첫 부하의 사진을 놓고 일했다. 책상 위나 앞의 사진은 간절한 소망과 다짐의 상징일 것이다.

김관진 국방부장관의 집무실 벽에는 북한 인민무력부장 김영춘과 4군단장 김격식의 사진이 걸려 있다. 연평도 포격 직후 취임한 김 장관에게 북한의 국방부장관 격인 김영춘은 적장인 셈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담당인 김격식은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김 장관과 김격식은 각각 3군사령관과 북한 2군단장, 합참의장과 북한군 총참모장으로 휴전선 양쪽에서 맞선 이력이 있다.

남북한 사이에는 1999년 이후 5차례 무력충돌이 있었다. 대부분 북한의 기습으로 시작됐으며 전적은 2승1무2패였다. 1999년 1차 서해교전에서 패한 북한은 2002년 2차 서해교전으로 설욕전을 했다. 2009년 북한은 NLL 침범으로 시작한 대청해전에서 쓴맛을 봤다. 우리가 완패한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은 북의 대청해전 패배에 대한 보복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은 승패를 가리기 어렵다. 김 장관에게 김영춘과 김격식의 사진이 북이 도발하면 철저히 응징한다는 결의를 다질 장작과 쓸개가 되길 바란다.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