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육해공 3군의 합동작전 능력 및 태세(합동성)를 강화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추진해 온 서북해역사령부가 각 군의 이기주의 벽에 부닥쳐 기능과 규모가 대폭 축소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는 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6월까지 해병대사령부를 모체로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창설로 인접 부대 간 작전 통합과 합동작전 효율성이 높아져 서북도서 전력이 보강되고 생존성도 향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최대 화두가 된 합동성 강화의 첫 작품이 망가졌다는 비판이 높다. 실제로 규모와 위상, 기능 측면에서 서북도서방위사령부는 당초 계획한 서북해역사령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군 당국이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제시한 서북해역사령부는 백령도 등 서해 5도를 포함해 서북해역 전체를 관할하고 병력 규모도 최대 2만 명 수준의 사단급 이상 부대였다. 하지만 이번에 확정된 서북도서방위사령부의 작전구역은 서해 5도와 인접 근해로 국한되고 병력도 해병대 1개 연대(2000명)를 보충하는 데 그치고 있다.
또 서북해역사령부는 육군과 해군(해병대 포함), 공군에서 배속받은 전력을 직접 지휘해 합동작전을 주도하는 명실상부한 합동군사령부로 구상됐지만 서북도서방위사령부는 해병대가 지금처럼 서해 5도 방어를 전담하면서 유사시 타군의 전력을 지원받는 형태가 됐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육해공군 요원으로 구성된 합동참모부가 편성돼 합동작전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단일 지휘체계가 적용되는 합동군사령부가 아닌 상황에서 유사시 각 군의 전력지원 및 협조가 제대로 이뤄질지 장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가 초래된 배경은 각 군이 합동성 강화라는 명제에 공감하면서도 누가 주도할 것인지, 자군()에 미칠 이해득실은 뭔지에 대한 계산법이 달랐기 때문이다.
육군과 공군이 해병대사령관의 지휘 아래 전력을 내주길 원하지 않은 데다 해군과 해병대 간에도 셈법이 달랐다. 해군이 주도할 경우 해병대는 해군의 지휘 간섭과 통제를 우려했고, 해병대가 주도할 경우 해군은 지휘권 약화 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특히 해병대 1개 사단 증강론 또는 육군 1개 사단의 해병대 전환론 등에 힘이 실리고 국회에서 해병대를 독립시킨 4군 체제의 국군조직법 개정안까지 발의되자 국방부와 타군이 해병대의 급부상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동했다. 이에 따라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의 어정쩡한 절충안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은 국방부의 안은 호랑이를 그리려다가 고양이를, 용을 그리려다가 뱀을 그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책임지역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으로 지금의 안이 합리적이고 정확하다고 말했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