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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 대화 틀 근본을 재검토하라

Posted January. 11, 2011 08:39,   

북한이 때리면 맞고, 또 때려도 맞고, 핵 공갈을 쳐도 속수무책이고, 그러다가 어떤 사과도 없이 조폭이 지갑 내놓으라 하듯이 회담하자고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응해야만 하는 것이 남북관계의 숙명일 수는 없다. 저들이 하자는 회담은 민족끼리니, 인도()니 아무리 화장을 짙게 해도 결국은 달러와 쌀과 비료를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날 남쪽이 퍼준 달러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쓰인 것이 아니라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되거나 김정일과 군당정() 및 주민탄압보안기관 특권층의 배만 부르게 했다. 예나 지금이나 북측이 제의하는 회담에는 비핵화 문제도, 진정한 한반도 평화문제도 들어있지 않다. 이번에도 북이 하자는 것은 남북간 최대 현안인 북핵과 천안함, 연평도사태와 관련된 회담이 아니라 적십자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관련 회담이다. 저들은 자신들의 체제 보장과 평화 문제는 미국과 맞상대하고, 남한은 그저 경제적으로 자신들을 돕는 역할만 하면 된다는 회담 틀에서 한 치의 변화도 없다. 대한민국이 언제까지 이런 남북 대화 틀을 그냥 받아들이기만 할 것인가. 이런 대화 틀을 수용하면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고 남북 간에 진정한 평화가 깃들겠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처럼 저자세로 퍼주면 잠시 민족끼리를 외치며 신을 내다가 또 퍼주지 않으면 온갖 핑계를 들이대며 민족을 향해 도발을 거듭할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핵 실험에, 서해 도발에, 미사일 발사에 할 짓은 다 했던 저들이다.

그래서 이쯤에서 남북 대화 틀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핵개발을 강행하고 동족을 상대로 천안함 연평도 도발을 저지른 북한이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남한이 곤혹스러워 하는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다. 정부는 대화 공세의 허점을 파고들어 북의 도발 책임을 철저하게 추궁하고 남북의 모든 현안을 다루는 회담 틀을 주도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남북 대화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략이 필요하다.

북한의 대화 공세와 우리 정부의 함량 미달 대응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멀리 되돌아갈 필요도 없다. 북한은 지난 해 9월 추석을 불과 12일 앞두고 이산가족상봉을 제의했다. 북은 천안함 폭침 도발로 초래된 위기를 희석하면서 그토록 원하던 쌀 지원까지 요구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정부는 북의 이산가족 상봉제의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끌려갔다. 이산가족의 상시 교환방문을 요구해 관철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다.

북이 설정한 회담 틀에 따라 회담에 응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고민하는 수준의 정부는 항상 후수()밖에 둘 수 없다. 북은 1일 공동사설, 5일 정부 정당 단체 연합성명, 8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담화, 10일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연속 동원했지만 회담의 급()과 장소 시일은 제시하지 않았다. 회담 보다는 남한 흔들기가 저들의 1차적 목표인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북 정책 기조로 비핵 개방 3000을 내걸었다. 이것을 폐기한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북에 비핵 개방 3000을 놓고 회담하자고 해야 한다. 마침 북한이 조건 없이 대화하자는 주장도 했다. 북에 핵을 포함해 남북 현안을 다룰 회담을 당당하게 제안하라. 포격전까지 겪은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면 창의적이고 통 큰 시도가 필요하다. 북의 제의에 진정성이 없다며 우물쭈물할 때가 아니다. 김정일 정권을 변화시키지 못하면 남북관계는 남한이 퍼주면 조용하고, 주지 않으면 시끄러운 패턴을 되풀이하게 된다. 북한이 비핵 대화를 거부한다면 대화 제의에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 자동으로 드러난다. 북의 도발에 당한 것도 모자라 책임을 외면한 채 만나자고 나오면 전전긍긍하는 대화 구도를 뛰어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공세적 대응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