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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먼저 꺼내면 손해 FTA 막판 기싸움 (일)

카드 먼저 꺼내면 손해 FTA 막판 기싸움 (일)

Posted November. 01, 2010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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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타결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가운데 한미 FTA 협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휴일인 31일에도 외교통상부는 담당자들이 모여 회의를 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외교통상부 고위 관계자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이전 타결 가능성에 대해 대단히 유동적이다라고 밝혔다.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 중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한-미 기 싸움

이번 힐러리 장관의 발언은 2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있었던 한미 통상장관 회의 후 나온 미 고위급의 첫 공식 반응이다. 올 6월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조속한 타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이후 미국은 행정부 관료들이 앞 다퉈 공식석상에서 서울 G20 정상회의 전 타결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특히 6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첫 공식 실무 접촉이었던 통상장관 회의에서도 양측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힐러리 장관의 발언은 그동안의 미국 측 관료들 발언과 같은 일종의 기 싸움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미국은 계속 타결 시점만 이야기할 뿐 추가 협의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대신 한미 FTA가 기본적으로 한국에 이익이 되는 협정이란 인식 아래 한국이 미국에 무엇을 추가로 양보할 수 있을지를 먼저 제시하면 그걸 들고 의회를 설득해 보겠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로선 양보안을 먼저 제시할 모험을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양보안을 먼저 제시할 경우 미국 측이 의회의 반대를 이유로 추가적인 양보를 계속 요구하면서 우리가 끌려 다니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미 FTA의 협상 방향을 묻는 내외신 언론들의 질문에 외교부가 여러 차례 미국이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것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무슨 협상을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는 대답을 반복해 온 것도 일맥상통하는 일이다.

부속협정, 장관고시 형태로 미국안 수용 가능성 있어

문제는 한미 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 측의 요구를 마냥 모른 척하기도 어렵다는 데 있다. 특히 미국은 백악관이 나서 11일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주제로 한미 FTA를 꼽는 등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국내 여론과 야당의 반발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미 자동차에 대한 연비 기준 완화 등은 사실상의 재협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야당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협정문의 수정은 절대 없다는 태도를 보이지만 부속 협정을 만들거나 장관고시 등을 통해 미국 측 요구를 받아들이는 방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클린턴 정부 당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부속협정 형태로 노동, 환경협약이 체결된 전례가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한미 FTA에서도 협정문 원안에는 손대지 않으면서 별도의 부속협정을 할 가능성이 있다.

쇠고기 문제는 더 큰 판도라의 상자다. 미국은 30개월 이상 전 연령대의 쇠고기 수입 허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쇠고기 파동을 겪은 정부로선 이 요구를 받아들이는 일이 정치적으로 도박에 가깝다.

미국 역시 이러한 한국 정부의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는 만큼 미국이 쇠고기는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자동차 분야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한미 FTA의 타결 여부는 한미 정상 간의 타결 의지, 미국의 2일 중간선거 결과에 따른 정치적 상황 등에 따라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외교부 관계자는 서울 G20 정상회의 전에 한미 FTA가 타결되려면 이명박 대통령이든 오바마 대통령이든 어느 한쪽이 전향적인 안을 내놓는 수밖에 없다며 그게 안 된다면 타결의 마지노선은 한-유럽연합(EU) FTA 발효 전인 내년 7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진 부형권 hyejin@donga.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