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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빙 둘러싼 정원, 소방차 진입 막아 (일)

건물 빙 둘러싼 정원, 소방차 진입 막아 (일)

Posted October. 04, 2010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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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A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50층이 넘는 건물 4개 동으로 구성된 이 아파트 건물 주변은 모두 폭 1020m의 정원에 둘러싸여 있었다. 보기에는 좋지만 불이 났을 때 소방차가 가까이 접근할 공간이 없었다. 그나마 정원에는 10m 이상 되는 소나무와 전나무 등이 심어져 있었다.

부산 해운대구 우신골든스위트 화재를 계기로 고층 주상복합건물의 화재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서울에는 1998년 강남구 도곡동 아크로빌 분양 이후 30층 이상 주상복합건물만 총 120여 채에 이른다. 소방방재청 황병수 특수재난대비과장은 50m, 15층이 한계인 현행 소방시설로는 서울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불이 나더라도 뾰족한 방재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정원에 차량 지상진입 금지까지소방차는 어디로?

동아일보 취재진은 3일 고층 아파트의 소방안전 문제점을 점검하기 위해 광진구와 양천구 등 서울의 주요 주상복합건물 세 곳을 둘러봤다. 이날 기자가 직접 가본 주상복합아파트는 모두 지상으로 자동차가 진입할 수 없는 구조였다. A아파트는 단지 내 자동차 출입구가 두 곳뿐으로 모두 지하주차장과 연결됐다. 단지 전체에 둘러친 울타리 중 한 곳에 넓은 대문을 설치했지만 이 역시 차가 다닐 수 없는 좁은 산책로만 설치돼 있었다.

또 다른 초고층 아파트인 양천구 목동의 B, C주상복합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곳은 도로변에 위치해 소방차 접근은 가능했지만, 아파트 단지 안으로는 정원으로 돌진해 들어오지 않는 한 차량 출입이 불가능했다. 박형주 경원대 소방시스템학과 교수는 설령 소방차가 진입하더라도 15층 이상은 방재가 힘든데 건물 주위에 정원까지 만드는 것은 소화() 포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목동의 주상복합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평소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부산 화재 이후 길이 막혀 소방차 진입이 안 되면 어떻게 하나 부쩍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저층에 상가가 설치된 주상복합건물의 특수성도 화재가 날 경우 문제로 지적된다. 양천구 목동 C아파트 건물은 상가로 사용하는 아래층이 아파트보다 훨씬 더 크게 지어져 있었다. 소방차가 건물 가까이 접근해도 아파트 건물까지 사다리를 펼치거나 건물 아래 에어매트를 설치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특히 한 주상복합건물은 백화점 위에 지어져 화재가 나면 접근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내부 방재가 최선의 대책

방재 전문가들은 주상복합과 같은 고층 건물은 화재 시 내부 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차량 진입이나 에어매트, 헬기 동원 등 일반적인 방재 활동이 초고층 건물에서는 어렵거나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주상복합의 경우 안전점검 결과에 따라 집값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며 안전점검 자체를 기피하는 사례가 많아 평소에도 점검이 쉽지 않다며 평상시에 화재대비 훈련과 가스 점검 등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채광을 위해 방화문을 열어놓는 경우가 많은데 평소에도 이 문을 닫아놓아야 연기 및 화재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방화셔터는 화재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내려와 불이 번지는 것을 막는데, 이런 방화셔터의 작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기 점검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국회에는 유정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이 계류돼 있다. 50층 이상, 높이 200m 이상인 초고층 건물의 경우 30층마다 대피층을 만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한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를 포함해 50층 이하 주상복합아파트는 이 법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서울에만 31층 이상 50층 미만 주상복합아파트가 모두 110곳에 이르는데 화재가 발생하면 뾰족한 대비책이 없다는 얘기다.



이원주 박재명 takeoff@donga.com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