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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위 제치고 북최대 실세 기관 떠올라(일)

Posted September. 30, 2010 03:03,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후계자 김정은이 부위원장으로 등극하면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북한 후계구도 구축을 위한 최고 권력기관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29일 공개된 중앙군사위 구성원의 면면을 살펴보면 기존에 최고의사결정기관 역할을 했던 국방위원회보다도 더 실질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기관으로 자리 잡았음이 확인된다.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파워엘리트

이번 인사로 당 중앙군사위에는 군부 원로들이 위원을 차지하고 있는 국방위원회와 달리 실질적인 파워를 가진 실무그룹이 대거 포진했다.

무엇보다 김정은과 함께 부위원장에 오른 이영호의 급부상이 눈에 띈다. 통상 인민무력부장이 총참모장보다 서열이 우위지만 이번 인사에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 군사위원에 그친 데 비해 이 총참모장은 부위원장에 올랐다. 이번 중앙군사위 인사가 대체로 원로 서열 순으로 자리를 배정하던 북한의 전례에서 벗어나 실질적 운영을 생각해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김영춘은 김 위원장의 측근으로 분류할 수 있는 반면 대장으로 승진한 지 1년 4개월 만에 차수로 승진한 이영호는 김정은의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앞으로 군사경험이 일천한 김정은을 이영호가 측근에서 보좌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질을 중시한 중앙군사위의 구성은 위원들 면면에서도 나타난다. 위원으로 임명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장성택 당 행정부장, 주상성 인민보안상,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 주규창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은 국방위원을 겸하고 있다. 이들은 실질적 힘을 가진 실세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국방위원이면서 이번에 중앙군사위에 포함되지 못한 인물들은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 이용무,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전병호 당 비서 겸 군수공업부장, 백세봉 제2경제(군수공업부분)위원장이다. 이 중 조명록 이용무 오극렬은 기존 직책에서 물러나 원로 대우 차원에서 국방위에 있는 인물들이다.

반면 국방위원이 아니면서 중앙군사위에 포함된 인물은 김정은을 포함해 이영호, 김정각, 김명국 작전국장, 김경옥 조직지도부 부부장, 김원홍 군 보위사령관, 정명도 해군사령관, 이병철 공군사령관, 최부일 부총참모장, 윤정린 호위사령관, 최상려, 최경성이다. 최상려와 최경성의 직책은 확인되지 않으나 포병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등의 직책인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군사위에는 육해공군의 최고 지휘관들이 모두 소속돼 있는 데다 보위부 보안부 같은 공안기관은 물론 당 인사권을 총괄하는 조직지도부 부부장까지 모두 포함돼 명실상부한 북한의 최대 실세기관이 됐다.

북한 강경노선 주도할까

중앙군사위가 북한의 실질적 파워 권력기관으로 급부상하면서 앞으로 북한의 대내외 정책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중앙군사위의 구성은 김정은으로의 권력이양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비상사태에 매우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력 실세들이 쿠데타를 일으킬 수 없도록 김정은이 직접 틀어쥐고 감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만일의 사태에도 군을 효율적으로 움직여 대응할 수 있다.

그 대신 중앙군사위에 강경론자들이 대거 포진됨에 따라 북한의 대내외 정책도 점점 강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김정은과 김영철, 정명도는 올해 3월 북한이 저지른 천안함 사건의 실무 책임자들로 지목되는 인물들이다. 다른 군 사령관들도 아직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김영철과 정명도에 못지않게 강경론자일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모든 면에서 아직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이 이러한 강경파 그룹에 둘러싸여 조언을 받고 나아가 이들에게 휘둘린다면 앞으로 북한이 극단적인 군사 모험주의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건강이 급속히 악화돼 김정은이 실질적 권력을 행사하는 때가 온다면 군부의 입김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성하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