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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냐 매제냐 아니면 제3의 길? (일)

Posted September. 28, 201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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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개막되는 노동당 대표자회 이후 북한은 변화할 것인가. 변화의 방향은 어떤 쪽일까. 1980년 6차 당 대회 이후 30년 만에 개최되는 북한 최고지도기관 회의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의제의 윤곽만 드러났을 뿐 그 내용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도 의제마다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어 회의가 끝날 때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후계 공식화냐, 장성택 2인자 굳히기냐

가장 관심을 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문제에 대해 두 가지 가설이 맞서고 있다.

하나는 김 위원장이 이번 회의에서 3남 김정은을 당의 요직에 앉혀 후계체제를 구축할 공간을 마련하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향후 김 위원장이 국방위를 관장하고 당은 실질적으로 김정은에게 넘겨 자신의 권력기반을 넓히도록 하는 김정일-김정은 공동정권이 탄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당국자도 김정은에게 권력이 넘어가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힘을 실은 상태다.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 부위원장이 2인자 자리를 굳힐 것이라는 상반된 가설은 현실적 추론에서 나온다.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소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건강 이상으로 아들의 유일지도체제가 확고히 자리 잡을 때까지 자리를 지킬 수 없기 때문에 이번 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의 후계체제가 완성될 때까지 과도권력을 행사할 엘리트그룹에 권력의 정당성을 부여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부장이 2009년 국방위원, 2010년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급속하게 승진한 것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물론 김 위원장이 제3의 길로 돌아갈 수도 있다. 김정은에게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등 핵심 요직을 준 뒤 이를 공개하지 않거나 김정은과 장성택이 아닌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등 제3의 인물을 노동당 최고위직에 앉혀 세력 균형을 추구할 수도 있다.

당이 군을 누를까, 군이 당을 접수할까

북한은 이번 회의의 목적에 대해 당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노동신문 등을 통해 밝혔다. 이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공산당이 곧 국가임을 의미하는 사회주의 당-국가체제를 회복해 집단지도체제와 그 운영원리인 민주집중제(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결정하고 결정된 정책은 모두가 따르는 정책결정방식)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김정일 독재체제가 강화되면서 북한의 집단지도체제와 민주집중제는 뼈대만 남은 유산으로 변한 상태다. 당 대회는 1980년 10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1993년 12월이 마지막이었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후 유일 지도자가 된 김 위원장은 1인 독재와 소수의 측근들을 통해 중요 정책을 결정했고 선군()정치라는 이름으로 군을 당보다 앞세웠다. 따라서 이번 당 대표자회 개최 자체가 북한식 민주주의 회복의 신호로 읽힌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김 위원장의 선군정치 아래서 득세한 국방위 중심의 군부 세력이 당의 요직을 맡아 당을 접수 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당은 전국적인 조직망을 가지고 있고 국방위는 중앙행정조직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번 회의를 통해 당 중앙 조직이 재건되면 국가 의사결정의 중심이 당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는 반론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새 인물에서 새 정책 나올까

이번 당 대표자회를 통해 권력엘리트의 면면이 변화하면 주요 정책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핵 협상이나 대남 정책 등 대외관계에서 획기적인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국제사회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꼭 이번 회의가 아니라도 새로 구성된 당 중앙위원회가 전원회의 등을 열어 대외정책의 수정을 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또 지난해 11월 단행한 화폐개혁의 실패가 보여주듯 북한 지도부가 낡은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버리고 중국식 개혁개방의 모델을 받아들일지도 관심사다. 그러나 최근 노동신문이 남에게 빌어먹는 절름발이 경제를 다음 세대에 넘겨주는 것처럼 큰 죄악은 없다며 자력갱생을 계속 외치고 있어 크게 기대할 것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석호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