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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행정고시

Posted August. 14, 201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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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황허 상류의 작은 고을인 하진()은 용문()이라고도 불렸다. 그 주변은 물살이 너무 강해 배가 다닐 수 없었고 물고기도 급류를 거슬러 올라갈 수 없었다. 그 급류를 타고 올라간 물고기만이 용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입신출세를 뜻하는 등용문()에 얽힌 고사다. 현대판 등용문이 있다면 바로 행정고시다. 그 급류를 올라타기 위해 오늘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5급 사무관을 선발하는 행정고시를 없애고 5급 공채를 도입한다. 내년 30%를 시작으로 2015년까지 5급 신규 채용자의 절반을 민간 전문가로 채우기로 했다. 1949년 행정, 기술, 사법과를 포함한 고등고시가 시작되고 1963년 행정고시가 분리된 이래 61년 만에 고위 공무원 채용방식이 크게 바뀌는 것이다. 고시제도가 개편됨에 따라 공직사회는 물론 고시생과 학원가까지 일대 변화를 맞게 됐다.

과거제도가 권문세가 자제들의 관직 독점을 막고 각지에서 인재를 골고루 선발하기 위해 도입된 것처럼 행정고시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등용의 관문임에 틀림없다. 지금도 지방에서는 지역 출신이 행정고시에 합격하면 플래카드를 내걸고 동네잔치를 벌인다. 이렇게 공직에 진출한 유능한 테크노크라트들이 1960, 70년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고위 공무원을 단 한번의 시험으로 채용하는 나라는 한국 일본 대만 이외에는 찾기 어렵다. 프랑스는 공직자 선발방식을 바꾸기 위해 고위직의 산실이었던 국립행정학교의 개혁방안을 마련 중이다.

우리나라는 고위공무원단의 70.6%가 고시 출신인데서 알 수 있듯 고시 합격자들이 그 자체로 기득권세력이다. 이들은 다양한 시각과 경험이 부족하고 경쟁 풍토에 익숙하지 않아 새로운 행정수요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시제도 개편도 이런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이번 개혁방안도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5급 공채가 결국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의 취업통로가 될 것이라는 비판은 일리가 있다. 그동안 행정고시를 준비해온 수험생들이 갑작스러운 제도 변경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고위 공무원들의 개방과 경쟁을 강화하면서 행정고시 폐지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