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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민주투표 한국인 되니 이런 행복이 (일)

꿈같은 민주투표 한국인 되니 이런 행복이 (일)

Posted June. 02, 2010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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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말하고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찾아 한국에 왔어요. 개인적으로 꿈도 이뤘고 한국인으로 처음 투표하게 돼 너무 설렙니다. 62지방선거에서 한국인으로서 처음 투표하는 아스하트 사피우린 씨(38사진)는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투표를 안 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을 건네자 투표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귀화한 사피우린 씨는 구소련 연방이었던 타지키스탄 출신이다. 러시아인 아버지와 카자흐스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을 공산주의 체제에서 보냈다. 1991년 그가 막 대학에 입학했을 무렵 구소련 붕괴로 독립한 타지키스탄은 계속된 내전과 독재로 민주주의의 씨앗을 제대로 뿌리지 못했다.

자유에 목말랐던 그는 1998년 한국 정부가 후원하는 한국어 장학생으로 선발돼 처음 서울 땅을 밟았다. 사피우린 씨는 기적 같은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에서는 내 꿈도 이뤄지리라 믿었다며 한국은 다른 나라들이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한 민주주의라는 훌륭한 토양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외교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2003년 연세대 국제대학원에 입학해 내년 2월이면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20대 때부터 이곳저곳에서 해외 생활을 오래해 투표는 이번에 처음 해본다는 사피우린 씨는 한국 젊은이들의 선거문화에 대해 다소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했다. 사피우린 씨는 한국의 학생들은 모두 똑똑하지만 유독 정치 문제만큼은 자신이 아닌 어른이나 남의 문제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젊은이들이 정치에 등을 돌릴수록 민주주의는 멀어져 간다고 말했다. 사피우린 씨는 이번 선거에서 8표를 행사해야 하기 때문에 선거가 너무 복잡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한국어를 하는 데 큰 불편이 없는 사피우린 씨는 투표 1주일을 앞두고 100페이지 가까운 공보물을 보내 읽어볼 시간도 부족했고 어느 후보가 어디에 출마했는지 구분도 안 돼 한참을 헤맸다며 분량은 많지만 내용이 피상적이어서 실제 후보들이 무슨 생각과 공약을 갖고 있는지 판단할 만한 정보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유권자들도 후보의 외모나 말솜씨에 더욱 현혹되는 것 같고 정당의 정책보다는 지역과 혈연에 얽매이는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꾸준히 투표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선거는 독재나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소중한 권리라며 민주시민이라면 누구나 책임 의식을 갖고 투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만 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