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대표팀 훈련장에서 그는 아이스맨으로 불렸다. 크고 작은 부상에 계속 시달린 탓에 훈련이 끝나면 얼음찜질을 하느라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았다. 그는 남들보다 늦은 고교 시절에야 정식 선수로 데뷔했다. 고교 2학년 때는 훈련 중 공에 왼쪽 눈을 맞아 망막이 찢어지면서 시력이 크게 떨어졌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2007년 전남으로 이적하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신체조건, 상황판단, 순발력의 3박자를 갖춘 최고의 수비수란 찬사를 받았다.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뒤엔 허정무호의 황태자란 얘기까지 들었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08년 3월 발목을 다쳐 6개월 가까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재활을 거쳐 그라운드에 복귀한 지 얼마 안 된 11월에는 오른 무릎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으로 다시 10개월 넘게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긴 재활의 시간 동안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고, 부상의 흔적은 그대로 몸에 남았다. 그래도 그는 최근 웃을 수 있었다.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가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최근 분위기도 좋았다. 대표팀 평가전에 주전으로 중용되며 중앙수비수 한 자리를 예약한 것처럼 보였다. 허 감독은 컨디션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의지와 정신력이 누구보다 강한 선수인 만큼 월드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믿음을 표시했다.
하지만 한동안 숨어 지내던 부상 악령은 결정적인 순간 그를 또 덮쳤다. 지난달 30일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상대 선수와 충돌하면서 왼쪽 무릎 내측 인대 부분 파열이란 진단을 받았다. 재활에만 최소 4주가 필요하다는 소견.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를 불과 이틀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누구보다 그를 아낀 허 감독은 월드컵과 인연이 없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힘들겠지만 빨리 털고 일어나길 바란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대표팀 후배 이청용도 훈련 때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는 걸 모두 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클 것이라며 같이 아파했다.
대표팀이 월드컵을 위한 마지막 담금질을 할 때 그는 홀로 귀국길에 오른다. 불운의 사나이 곽태휘(29교토상가) 얘기다.
한편 그의 빈자리는 후배 강민수(24수원)가 채우게 됐다. 강민수는 2007년 6월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뒤 대표팀에서 31경기를 뛰었다. 월드컵 예비 엔트리 30명 명단에 들었다가 막판 경쟁에서 밀려 고배를 마셨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