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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양극화(일)

Posted May. 10, 201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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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말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대형주와 함께 몇몇 코스닥 중대형주를 산 뒤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주모 씨(35)는 최근 귀국해 이들 종목의 수익률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삼성전자는 56만 원에서 83만 원으로, 현대차는 6만9000원에서 13만5000원으로 크게 올랐지만 코스닥 중대형주들은 4478% 하락했기 때문.

증시에서 큰 위기 이후 대형주 위주로 회복세가 먼저 시작되고 중소형주가 뒤따르는 것이 일반적 추세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대형주만 상승하는 종목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이런 양극화, 차별화는 증시뿐 아니라 부동산 등 자산시장 전반에 걸쳐 뚜렷해지고 있다.

뜨는 곳만 뜬다

9일 미래에셋증권과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8년 9월 금융위기 이후 18개월간 국내 주식 및 부동산시장에서 종목과 지역별 수익률을 살펴본 결과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는 1997년 12월 외환위기 이후 18개월과 비교했을 때 더 뚜렷했다.

주식과 부동산 모두 외환위기 이후에는 전 종목과 지역이 비슷한 기간에 하락했다가 비슷한 때 다시 회복됐다. 반면 금융위기 이후에는 대형주와 인기 지역은 소폭 하락 후 바로 반등했지만 소형주와 비인기 지역은 크게 하락한 뒤 반등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대형주인 삼성전자와 소형주인 미래산업의 1997년 12월 주가를 100으로 놓고 환산했을 때 삼성전자는 1998년 2월(266)에, 미래산업은 1998년 3월(204)에 각각 정점을 찍은 뒤 1998년 9월경 각각 104, 84로 바닥을 확인했다. 이어 18개월 후에는 137%, 152%씩 상승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삼성전자가 6개월 만에 바로 반등해 꾸준히 상승했으나 미래산업은 계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18개월 후인 2010년 2월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38% 상승한 반면 미래산업은 8%가량 내렸다. 이는 건설 기계 통신 자동차 등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였다.

부동산도 외환위기 이후 18개월간은 서울의 25개 구가 일제히 10% 이상 내렸다.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는 9% 이상, 강북 3구는 16% 떨어져 하락률에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18개월간은 서울 서초(2.18%) 송파(2.09%) 강남구(0.06%)는 반등했고 평촌(5.06%) 분당(6.34%) 용인(6.87%)은 내려 버블세븐지역 간에도 수익률이 엇갈렸다. 강북 3구는 같은 기간 2% 이상 내렸다.

자산양극화, 사회양극화로 이어지나

증시 종목 양극화는 외국인투자가의 비중이 커진 것이 최대 원인으로 지적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상장주식 보유 규모는 315조8375억 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30.9%를 차지했다. 특히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는 외국인 지분이 39.048.9%에 이를 정도로 높다. 외국인이 주로 사들이는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의 주가가 집중적으로 상승하는 배경인 셈.

아시아의 지역적 위기였던 외환위기와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금융위기의 성격 차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연구위원은 자산양극화 현상으로 고소득층의 금융자산은 빠르게 늘고 중산층 이하는 가계부채에 허덕이는 사회양극화 현상이 고착되고 있다며 정부는 겉으로 보이는 위기극복 수치만이 아니라 그 안의 내용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혜진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