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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절묘한 개입 최중경 환율 전초전? (일)

당국 절묘한 개입 최중경 환율 전초전? (일)

Posted April. 29, 2010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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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환당국과 그리스발() 국가부도 우려가 협공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이틀 연속 크게 올랐다(원화 가치 하락). 최근 환율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1100원대를 위협하자 기획재정부가 27일 구두개입에 나섰고, 28일에는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가세해 환율이 급등한 것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의 개입 시점이 오랜만에 절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오후 2시경 김익주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의 구두개입이 외환시장에 전해지자 시장 참가자들은 허를 찔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긍정적인 경제지표들이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코스피 1,800 돌파, 환율 1100원 붕괴가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당국이 개입하더라도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으로 1100원대 붕괴를 며칠 늦추는 정도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이날 당국은 구두개입에 이어 실제로 대규모 달러 매수개입까지 단행해 환율이 순식간에 1115원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외환당국의 개입 시점이 절묘했다고 평가한다. 모처럼 칼을 빼든 당국의 개입이 성공하려면 국제금융시장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 때마침 27일 밤(한국 시간)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환율 상승을 강력하게 뒷받침해준 것이다. S&P가 두 나라의 신용등급을 동시에 내리자 28일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이어 갔다. 당국이 알고 했건 모르고 했건 환율을 끌어올리려는 개입의 효과는 충분히 거둔 셈이다.

짓는 개(barking dog)는 물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말만 많으면 효과가 없는데 이번에는 외환당국이 1년 가까이 침묵하다 갑자기 행동에 나선 것도 효과를 증폭시켰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 시절에는 1년 새 구두개입이 10여 차례나 있었지만 2009년 초 윤증현 장관 취임 후 구두개입은 지난해 10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1170원대를 유지할 때 한 번뿐이었다.

민간 경제연구소도 외환개입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8일 보고서에서 가파른 원화 강세로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고환율 효과가 소멸되면서 경제에 부담이 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가 외환수급 관리를 통해 원화 강세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의 공조를 강조하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한 뒤 한은도 개입에 좀 더 협조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일부에서는 고환율에 강한 소신을 가진 최중경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복귀한 후 정부의 외환 정책이 본격적으로 바뀌는 신호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 수석이 과거 수차례 뼈아픈 실패를 겪으면서 내공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진우 NH선물 리서치센터장은 27일 개입은 결과적으로 타이밍이 기막혔고 효과도 충분히 나고 있다며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이른바 최중경 라인인 1140원 선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으며 이후는 그리스발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얼마나 확산되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재윤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