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000년 이후 4차례의 중국 방문을 제한적이나마 개혁과 개방을 심화하는 계기로 삼았다. 그러나 임박한 그의 다섯 번째 방중 이후 북한 경제의 개혁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반()시장적 외자 유치 노선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방중을 통해 3남 김정은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데 필요한 달러(통치자금)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방중 후엔 개혁정책 뒤따라
김 위원장은 2000년 5월 최고지도자로서의 첫 방중과 2001년 1월 두 번째 방중을 통해 중국의 시장경제 발전상을 목격한 뒤 제한적이나마 경제개혁과 특구개방을 결심했다. 한기범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은 박사학위 논문 북한 정책결정과정의 조직행태와 관료정치를 통해 김 위원장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지도자의 영도와 권위를 훼손하지 않고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배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첫 방중 직후인 2000년 10월 63그루빠를 조직해 내각이 중심이 된 경제개혁 방안 수립을 지시했고, 두 번째 방중 직후인 2001년 103담화를 통해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어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와 2003년 종합시장 도입 조치를 단행했다. 그는 2003년 9월 박봉주 내각 총리를 기용해 개혁조치의 가속화를 주문하고 2004년 4월 방중하고 돌아온 뒤인 6월 내각 상무조를 조직해 급진적인 경제개혁 실험을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개혁정책에 따른 시장 메커니즘의 확산과 불평등 심화를 이유로 노동당 등 보수층이 반발하자 2005년 10월 배급제 회복을 계기로 다시 보수적인 경제정책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어진 2006년 1월 방중에 박 총리를 대동하고 중국의 개발특구를 돌아보는 등 외부에 여전히 개혁자의 이미지를 전파했다.
외자 유치에 주력할 듯
최근 북한의 경제적 환경은 과거와 판이하다. 북한 지도부는 2007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장을 통제해 왔고 급기야 지난해 11월 30일 화폐개혁과 올해 1월 1일 외환통제 조치를 단행했다. 국가가 시장 메커니즘의 확대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점과 경제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주민과 엘리트의 반발로 이들 정책이 유야무야된 상태지만 북한 지도부가 다시 경제개혁에 나설 동력은 없는 상태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중국의 경제특구 등을 둘러보는 등 경제 재건에 노력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전파해 외자 유치에 활용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정광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수은북한경제에 발표한 북한 화폐개혁의 정치경제적 함의를 통해 김정일 부자는 후계체제의 구축을 위해 자금이 필요하지만 곳간(국가의 돈주머니)이 텅 비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시장 배제형 국가통제경제와 외자 유치를 통해 통치자금을 조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중은 외자 유치를 위한 고육책이라는 것이다.
신석호 kyle@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