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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씨, 미연설서 독설 (일)

Posted April. 02, 2010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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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오후 4시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지하 1층 회의실. 깡마른 체구에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이 경호원 2명의 부축을 받으며 강단에 올랐다. 2003년 이후 7년 만에 미국을 방문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은 것. 감색 정장차림의 왼쪽 깃에는 태극기 배지를 달고 있었다. 리처드 아미티지 CSIS 이사와 빅터 차 CSIS 한국실장의 소개를 받고 말문을 연 황씨는 낮은 음성으로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2시간이 넘게 진행된 모두발언과 질의응답 시간 내내 힘들어 하는 기색 없이 행사장을 압도했다. 질의응답 때는 귀가 어두운지 통역요원에게 여러 차례 질문요지를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한 답변에는 거침이 없었다. 이날 행사에는 커트 통 국무부 한국과장 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담당대사, 수 테리 미 국가정보국(DNI) 동아시아담당 국장,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등 전현직 관료와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등 학계전문가 40여 명이 참석했다.

김정은은 그깟 녀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알려진 3남 김정은에 대한 질문에 황 전 비서는 그 녀석 만난 일도 없고 그깟 녀석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직설적인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김정일보다 못하면 못했지. 그깟 놈 알아서 뭐하나라면서 미국 같은 위대한 나라가 관심을 돌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성격과 리더십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내가 거기서(북한에서) 떠나와서 김정일 욕하면 뭐하겠나. 난 그런 것 이야기하러 온 것 아니다라면서도 300만 명의 인민을 굶어죽게 하면서 핵을 만들고 미사일을 개발하고 하는 것을 보면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황 전 비서는 어린 시절부터 잘 아는 사이고 사람 꼼짝 못하게 하는 데는 수완이 있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교착상태인 6자회담에 대해 황 전 비서는 김정일에게 너는 6자회담에 올 자격이 없다고 이야기한다면 가장 아파할 것이다. 6자회담에 참가하면 이것 주겠다, 저것 주겠다 하는 식의 접근은 안 된다고 했다. 북한에서의 자신의 생활에 대해서는 중앙당 비서라고 하는 것은 김정일에게만 복종하는 고급 노예생활이었다고 자평했다.

북한 군인은 원한이 사무친 사람들

북한 내 급변사태 가능성에 대해 중국이 북한을 계속 지지하는 한 북한에서 급변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황 전 비서는 북한에는 군대, 경찰, 적위대가 일반인보다 많아 김정일을 반대할 만한 큰 세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에서 (봉기가) 일어날 수 있다면 그것은 군대다. 군인들은 한창 공부할 나이에 1013년 동안 인생을 망친 것에 대한 원한이 뼈에 사무쳐 있다고 했다.

황 전 비서는 북한 문제 해결의 방법으로 폭력을 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며 사상전, 경제전, 외교전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상전의 핵심은 북한인권 문제 제기이며 경제전의 핵심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라고 했다. 특히 한국이 미국 일본 중국과 FTA를 체결하면 김정일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적으로는 북한정권의 명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이 북한과 동맹을 끊으면 이는 북한에 사망선고와 같다고 말했다.



하태원 triplets@donga.com